정성태 [칼럼]

대법원의 이석기 의원 9년 선고의 병리학/정성태

시와 칼럼 2015. 1. 23.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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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음모는 아닌데 내란 선동은 맞다? 과문한 탓인지 이석기 의원에 대한 대법원의 법리적 잣대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국정원에 의해 어설프게 짜집기된 소위 RO 조직에 대해 그 어떠한 실체적 근거가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려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차라리 괘씸죄라고 하면 그러려니 하겠다.

 

 

정직하게 말하자면, 내란 선동은 이명박과 박근혜 세력이 자행하고 있다고 봐야 상식에 부합한다. 다수 국민의 삶을 피폐케 하는 폭정이 지속되면서, 이를 갈아 엎어야 한다는 국민적 분위기가 극을 향해 치닫고 있다. 바로 이것이 실질적 측면에서 내란을 선동하고 있는 행태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상식을 갖춘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알 수 있는 명백한 사실은 그대로 두고 사법부는 권력의 푸들되기를 자처했다. 특히 진보당을 강제 해산하고 또 위법적 발상으로 현역 국회의원 신분까지 강제 박탈한 헌법재판소는 만고에 거쳐 그 부끄러운 이름이 회자될 것이다. 역사 앞에 주어진 엄중한 책임과 소명을 모른다면 그걸 어찌 법관이라 하겠는가.

 

 

우리는 그리 멀지 않은 어느 시점에서 또 다시 사법부의 사과문을 듣게 되는 날이 오리라 여긴다. 박정희 시절 발생한 사법부의 숱한 일탈 행위에 대해, 이후 열린 재심에서 줄줄이 무죄가 선고되고 있다. 그와 함께 어김없이 반성문도 함께 읊조리고 있다. 향후 그러한 일이 거듭 발생될 것임을 너무도 당연해 보인다.

 

 

이는 오욕의 근현대사를 준엄히 단죄하지 못한 데서 연유하는 폐단이 크다. 친일 매국노들이 단죄를 받기는커녕, 오히려 지배 권력을 형성하여 떵떵거리고 있는 기막힌 현실이 대한민국이 처한 현주소다. 그저 권력에만 빌붙으면 무슨 짓을 해도 무탈하고 또 승승장구 할 수 있다는 매우 잘못된 인식이 팽배한 때문이다.

 

 

그렇다, 역사 전쟁은 결코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에 놓여 있다. 국권을 팔아먹고, 항일투사와 그 가족들을 탄압한 대가로 오늘 날까지 호의호식하고 있는 매국의 뿌리를 원천적으로 뽑아내지 못한 쓰라린 후과다. 특별이 이러한 문제가 우리 내부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통탄스런 사실이다. 반드시 끝장내야 할 시대적 과업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