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월요일) 조선일보 1면에 "통일이 달려왔다"라는 제하로 7단 가량 크기의 사진과 그 아래 캡션과 본문을 넣어 대문짝만하게 관련 기사가 편집됐다. 박근혜 씨가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했던 것만큼이나 허무맹랑하게 읽히는 대목이다.
북한에 삐라 살포를 배후 지원하는 전근대적 발상으로 북한 당국을 자극하면서 도대체 무슨 수로 통일을 달리게 하고 또 대박 나게 하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다. 아울러 통일 운동하는 이들을 탄압하고 옥에 가두며 또 입바른 소리하는 다수 국민을 향해 걸핏하면 종북 타령으로 매도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마디로 자가당착이고 심각한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묻고자 한다. 통일을 이루어가는 과정에 있어서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교류와 협력 없이 과연 통일이 가능한 일일까? 그리고 설혹 현재와 같은 상태에서 통일이 된다한들 남북한 주민 사이에 겪게 될 이질감은 상상을 초월하는 것일 테다. 그로인한 혼란과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는 왜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독일 통일을 마치 하늘에서 홍시 떨어지는 것쯤으로 여기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그러나 통독 과정에 있어서 서독이 동독에게 쏟아 부은 경제적 기반 조성과 현찰 제공은 막대하다. 그러한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임을 간과해서는 결코 아니 될 일이다.
남북 모두 형제지간의 선한 이웃임을 끈질기게 나누는 가운데 거기 서로에게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켜 나가는 긴 여정을 통해 자연스레 휴전선 철조망이 해체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지난한 일이고 또 뭔가 손해 보는 듯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남북한 간의 군사 긴장으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에 비하면 오히려 적은 액수다.
무엇보다도 긴 안목에서 보면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한 투자가 되는 셈이다. 당장 눈앞에 어떤 가시적 큰 이익은 없다 할지라도, 훗날 그것이 최고의 투자였음을 깨닫는 날이 필히 오게 마련이다. 우리 안에 그러한 확고한 믿음과 실천 의지를 심어야 한다. 그래야 그렇게 행동하게 되는 것이고, 아울러 그러한 영광의 날을 맞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우리 모두가 사는 길이기에 더욱 그렇다.
시인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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