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호남 출신 또는 전라도 사람으로 산다는 것/정성태

시와 칼럼 2014. 11. 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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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전라도 출신으로 산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형벌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박정희 일당의 5.16 군사 쿠데타 세력으로부터 지속된 지난 수십 년 동안의 한국 현대사는 고문 • 탄압 • 의문사 등으로 점철된 가히 인권 말살의 시대였음이 주지의 사실이다. 아울러 호남지역 홀대와 인사 차별 또한 극명한 편차를 보였음도 숨길 수 없다. 

영남 출신 군부 독재 세력에 의한 장기 집권이 가속화되면서 권력이 사유화되는 습성을 보였을 뿐만 아니라, 호남에 대한 악의적 왜곡과 소외는 곧잘 "우리가 남이가"로 통칭됐다. 특히 방송 드라마를 통한 호남 왜곡 현상은 그것을 시청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자연스레 호남 혐오감을 부추기는 촉매제로 작동됐다. 이를테면 가정부 • 깡패 또는 여러 형태의 악역에 대해서는 거의 대부분 호남 억양을 사용하도록 설정한 것이 그렇다.

1945년 광복 이후, 호남 출신 대통령으로는 유일하게 김대중 정권 5년이 전부다. 감히 말하거니와 박근혜 정권은 물론이거니와 역대 영남 정권에서 이 때보다 더 나은 집권 기간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솔직히 회의적이다. 굳이 꼽자면, 그나마 노무현 정권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약무호남(若無湖南) 시무국가(是無國家)」 “호남이 없다면 나라도 없다”는 뜻이다. 이는 임진왜란 당시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가장 위대한 승리를 이끈 성웅 이순신 장군이 남긴 말이다. 그만큼 전쟁에 임하는 호남 민중의 투철하고 희생적인 나라 사랑에 대한 감사와 감동을 그리 표현한 것으로 여겨진다.

물론 산업화 과정에서 수도권과 영남 지역 위주로 집중된 생산 시설로 인해 한반도 제 1의 곡창지대인 호남 민중의 삶은 날로 피폐해진 것이 사실이다. 정책적으로 벼농사 등을 비롯한 농산물값을 하락시키고, 그로 인해 살기 어려워진 소작농 등이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적잖이 유입되게 된다. 맨 몸으로 올라 온 그들로서는 억척스레 살지 않으면 안되었던 측면도 있었으리라 여긴다.

그러나 한편, 세상 어디에나 좋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악한 사람도 존재한다. 다만 악한 대상이 호남 사람일 경우에만 유독 전라도를 강조하려 드는 속보이는 짓은 삼가해야 한다. 그렇다면 영남 사람은 악인이 없나? 오히려 범죄 발생율은 영남이 전국 최고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더욱이 희대의 살인마 전두환이 영남 사람임을 염두에 둬야 할 일이다. 

관건은 그의 출신 지역이 어디냐가 결코 아니다. 이것을 놓치고 있거나 또는 의도적으로 호남 사람을 폄훼하기 위해 사용되는 간악한 언사와 졸렬한 책동은 근절돼야 할 명백한 사회적 범죄다. 속히 이를 깨달아, 그 사특함을 삼가하고 또 조심해야 함을 하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