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일베, 우리시대의 흉측한 자화상/정성태

시와 칼럼 2014. 9. 8.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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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스스로 먹이를 채집하거나 또는 사냥하지 못한다. 오직 다른 생물체에 기생해 영양을 빨아 먹으며 살아가는 특성을 지닌다. 그 숫자가 임계치를 넘어서거나 또는 잘못된 서식지를 찾게 되면 숙주 자체가 죽음에 이르게 되는 결코 가볍지 않은 해충이다.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매우 하등한 생명체로 당연히 박멸해야 되는 무익한 대상일 뿐이다.

광화문 단식장을 찾아, 고의로 폭식을 단행하는 정체 불명의 무리가 있다. 타인이 겪는 억울한 사정과 그러한 극심한 고통에 대해 위로와 동참은 못할지언정, 오히려 조롱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참으로 괴이하고 또 졸렬한 작태에 아연 말문을 닫게 된다. 그러한 습성의 이면에는 스스로의 나약함에 대한 불안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 아울러 약자의 정당한 권익을 탄압하는 권력에 편승해 자신도 그 권력의 한 축이 된 것으로 착각하는 보상 심리도 함께 작동되고 있다. 

현장에서 행동대원 역할을 자처하는 이들의 면면을 추적해 보면, 필경 열등한 의식의 소유자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 권력에 빌붙어 상대적으로 약한 처지에 놓여 있는 이들을 공격함으로서 자기 존재감을 보상 받으려는 빗나간 심리에서 기인한다. 자칫 국가적 몰락을 불러 올 수 있다는 점에서 결코 간과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어찌보면 매우 불행한 존재들이고 또 참담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정신 세계가 심각하게 굴절된 자들로, 사회적 치료가 요구되는 극단적 이기주의자들이다. 그들의 행태를 통해서 기생충의 특성을 대입하게 되는 것도 결코 무리가 아닐 듯 싶다. 다른 한편, 그들의 그릇된 인성 앞에 비극적 측은지심까지 든다. 우리시대의 일그러진 흉칙한 자화상이기도 하다.

기실 이는 우리 정치권이 그만큼 심각하게 병들어 있다는 주요한 방증이기도 하다. 특히 박근혜 정권과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의 몰염치성과 간악함이 어떻다는 것을 여실히 웅변하는 좋은 예라 하겠다. 만일 이런 자들에게 권력이 주어진다면 어떠한 일이 발생하게 될까? 그것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한 상상에 몸서리치게 된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