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정치' '관료' '자본', 그들이 학살 공범이다/정성태

시와 칼럼 2014. 5. 5.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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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집단 학살 현장인 진도 앞바다, 거기 그 물길속에 생목숨을 빼앗겨야 했던 희생자들의 원통함을 어찌 한 치라도 헤아릴 수 있을까. 구조의 손길을 기다리며 공포 속에서 고통스레 숨져 갔을 이들의 피눈물 앞에 다다르면 먹먹히 생각이 멎고 또 흐린 시야가 눈앞을 가로 막는다. 

꽃같은 자식을 발만 동동 구른 체 잃어야 했고, 사랑하는 이를 졸지에 사지로 떠나보낸, 그 살아 남은 사람들이 겪는 가슴 찢기는 통증 또한 어찌 다 알 수 있으랴. 살인 악귀들이 온통 곳곳에 들어 앉아, 죽음의 먹이감을 쫒는 대한민국이 처한 암울한 현실이다.

자본과 권력이 그 최소한의 도덕성마저 방기한 체 결탁했을 때, 그것은 곧장 재앙으로 귀결된다는 끔찍한 만행의 한복판을 지금 우리는 살떨리는 심정으로 목도하고 있다. 그리고 거기 애꿎은 희생양은 어김없이 선하고 죄없는 다수 서민의 몫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 뒷처리마저 하루 생계를 돌봐야 하는 가난한 사람에게 떠넘겨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객선 침몰 인근에 거주하는 진도 어민들이 실종자 수색에 연일 힘을 보태고 있다. 선박에서 유출된 기름 방제 작업까지 함께 수행하고 있다.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갈 유족들 생각하면 생업에 나설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것이 인간으로서 갖는 본원의 성품이다. 타인의 고난과 불행 앞에서 기꺼운 마음으로 자발해 동참하는 그 아름답고 따뜻한 숨결 말이다. 특히 이것이야말로 우리 민족에게 깊숙히 내재된 인내천이고 또 두레며 품앗이다. 문제는 정치 권력과 고위 관료 그리고 자본이 빗는 폭력성이다.

국민 개개인이 주인된 자세로 그 악귀 씌인 자들을 감시하고 또 고발하지 않으면 안되는 당위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늘 이 시점에서 새삼 특별수사청 설립이 강조된다. 국회의원, 장차관, 검사, 판사, 장성, 자치단체장, 공공기관장, 2급 이상 공무원들에 대한 상시적 수사 및 기소권이다. 정치권을 압박해야 할 매우 중대하고 또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