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집단 학살, 숨은 세력을 찾아 처절히 응징하라/정성태

시와 칼럼 2014. 4. 30.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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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관재에 의한 참사다. 그리고 우리는 구조 방치에 따른 집단 학살 과정을 무기력하게 지켜 볼 수밖에 없었다. 그로 인한 국민적 자괴감은 실로 크고 깊다. 정신적 충격 또한 평생 씻기지 않을 깊은 자책으로 남게 됐다. 단언컨데 이건 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정부 조직은 있으나 도대체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지 도무지 납득되지 않고 있다. 인두겁을 하였으나, 그 이면은 죽음을 부르는 살인 악귀들의 막춤이다.

 

그렇다, 국민에 대한 기본 예의조차 갖추지 못한 정권이다.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도의마저 내다 버린 사악한 권력이다. 아직 어린 학생 수백 명의 무고한 목숨값으로 무엇을 얻고자 했을까? 정녕 그럴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일까? 살아 가슴을 찢는 이들의 통탄스런 절규가 양심에 화인으로 박히고 있다. 고통스레 죽어 갔을 이들의 원혼을 어찌 한 치라도 달랠 수 있을까? 불끈 쥔 주먹이 절로 부르르 치를 떨게 된다.

 

정녕 살릴 의지는 있었던 것일까? 여러 정황상 손가락 하나 다치지 않고 모두 유유히 살아나올 수 있었던 목숨이다. 그런 그들을 어쩌자고 수장시켰더란 말인가? 무엇을 얻고자 생목숨을 매몰차게 죽게 했더란 말인가? 주검이 되어서야 깜깜한 바닷속에서 건져질 수밖에 없는 이들의 한스런 피눈물이 들려 온다. 그 집단 학살의 원흉들을 어찌 인간이라 부를 수 있으며, 또 지도자라 이름할 수 있으랴. 차라리 금수의 지배만도 못한 상황이다.

 

어쩌면 얼마간 시시각각 흐르는 눈물을 주체치 못하리. 고통스레 파고드는 가슴팍도 어찌하지 못하리. 형언키 어려운 분노도 감당할 수 없으리. 그러나 이제 그 눈물과 고통 그리고 분노를 한데 담아 진실을 규명하는 일에 매진하자. 집단 학살의 현장, 거기 어떤 흑막이 숨어 있는지? 그리고 무엇이 똬리 틀고 있는지? 더없이 냉혹한 잣대로 책임을 묻자. 거대 악의 본거지를 색출하고, 또 이를 처단하지 않고서는 미래가 없다.

 

그리고 그 종착지는 박근혜 대통령일 수밖에 없다. 이는 박근혜 개인에 대한 호불호의 문제가 결코 아니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그에게 부여된 막중한 책무 때문이다. 근속 1년도 채 되지 않은 선원들, 그리고 일부 하급 공직자에게 집단 학살의 모든 책임을 돌리려해서는 안된다. 그들의 나태한 행태를 꾸짖지 않을 수는 없으나, 보다 근원적이고 핵심적인 사안은 따로 숨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을 밝혀 처절히 응징하는 것이 산 자의 도리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