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17노트(시속 30Km 내외)로 운항하던 여객선이 불과 몇분 사이에 1/3 수준으로 항속이 떨어진다. 엔진이 꺼졌기 때문이란 뉴스타파의 탐사 보도가 설득력을 얻는다. 이후 유속에 의해 일정 거리를 표류하다 정선된다. 이 때가 16일 오전 7시 20분 이전이다.
선박을 제어하지 못하게 되자, 승무원에 의해 구조 요청이 있었을 것으로 추론된다. TV 아침 방송 자막을 통해 사고 소식이 알려진 시각이 오전 7시 20분인 까닭이다. 인근 거주 어민에 의해 정선된 상태의 세월호가 목격된 시각과도 일치한다. 이후 8시 10분, 단원고 상황판에도 관련된 내용이 기록된다.
세월호 탑승객이었던 피해 학생에 의해 목포 해경으로 사고 신고가 접수된 시각이 오전 8시 57분이다. 이는 당국이 공식 확인해 준 것으로서, 당시 교신 내용까지 공개됐다. 그로부터 10분이 경과된 오전 9시 7분, 진도 교통관제센터에서 세월호를 호출해 사고 유무를 확인한다. 사고 사실을 확인하자, 인근을 항해 중이던 선박들에게 곧장 구조를 요청한다.
여기까지 살펴보면 오전 8시 57분까지는 목포 해경 및 진도 교통관제센터에서는 세월호의 사고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7시 20분에 송출된 방송 자막 그리고 8시 10분으로 기록된 단원고 상황판이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 이후 왜 즉각적인 구호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냐는 떨굴 길 없는 의문이 남는다.
문제는 여기서만 그치지 않는다. 승객을 구한 대부분의 선박은, 진도 교통관제센터의 구조 요청을 듣고 달려든 고기잡이 배에 의해 주로 이루어진다. 해경의 문제점은 또 있다. 배가 90도 각도로 기울어진 상태에서 완전히 침몰하기까지, 그 시간 동안 무슨 이유 때문에 추가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는 점이다. 도무지 납득되지 않고 있다.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한 이후에 해경이 취한 태도 또한 완전히 부실 투성이다. 사실상 방기에 다름 아니었다. 300여 명 가량되는 인명이 수장될 급박한 위기 상황에서, 인간이라면 마땅히 취해야 할 노력을 사실상 기울이지 않았다. 이에 대한 검찰 조사가 불가피한 대목이다.
대형 참사 원인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고 또 사고 대처 과정에 있어서의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세월호의 교신 내용 모두를 공개해야 한다. 아울러 선장을 비롯한 주요 선원들의 개인 통신 내역 또한 공개해야 한다. 이는 비단 망자의 억울한 넋만을 달래기 위함이 아니다. 관재로 인한 어처구니 없는 사태 앞에 망연자실해 있는 대다수 국민의 처참한 심경을 어루만지는 일이기도 하기에 그렇다.
한편 경찰 당국의 괴이한 처사도 국민적 의혹에 기름을 붓고 있다. 즉, 무슨 이유로 승무원과 승객들의 카톡을 서둘러 압수했는지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무슨 곤란한 사정이 있기에 사고가 발생하기 무섭게 개인의 사생활까지 검열하고 나섰는지 상식을 벗어나고 있다. 언로 통제에 대한 경찰 당국의 해명이 요구된다.
시인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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