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박근혜 정권의 매우 불길한 자화상/정성태

시와 칼럼 2013. 8. 11.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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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들어 단행된 세제 개편안이 세간의 도마 위에 올랐다. 우호적 여론보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훨씬 더 크다. 여기에는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재벌 곳간에는 현금이 쌓여 넘치는 데 반해, 서민들이 겪는 민생고는 날로 더하기 때문이다. 사정이 그런데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정부 그리고 여당인 새누리당에서는 그에 대해서만큼은 입술에 자물통을 굳게 채우고 있다. 무슨 커넥션이라도 있다는 뜻으로 여겨지는 대목이다.

 

문제는 또 있다. 고소득 전문직의 탈루 세원에 대한 실질적 대처 방안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그런데 정작 소득이 그대로 노출되는 직장인에게서는 곶감 빼가듯 하겠다는 발상이다. 여기에 소득분위에 대한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연봉 3450만 원짜리 봉급 생활자부터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불편함이다. 이를 월급으로 따지면, 매달 289만 원 가량 된다. 4인 가족이 그들의 장래를 설계하기엔 역부족이다. 어떤 직장인이라도 불만을 토로할 수밖에 없는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다.

 

그런데 정작 더 두려운 사실은, 법인세 등을 비롯해 재벌에게 한 번 낮추어 준 세율에 대해서는 도무지 요지부동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심지어 골목의 떡볶이 시장까지 몽땅 주워 먹겠다고 혈안이 되었던 졸렬한 집단이다.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정작 그래도 되는 일인지, 그들 스스로 자문할 수 있어야 한다. 공존의 미덕 없이는 한낱 바벨탑에 불과할 따름이다.

 

전셋값도 마구 널뛰고 있다. 4인 가족의 289만 원짜리 봉급 생활자가 무슨 용 빼는 재주로 집 주인의 성화를 피할 수 있을까? 아울러 저금리 현상과 함께 현금 굴리기가 마땅치 않은 가구주들이 전세보다는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가 날로 늘고 있다. 매달 289만 원 받는 가장으로서는 그야말로 눈 앞이 캄캄할 노릇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서민 등골 뽑아서 재벌 배불리기 여념이 없는 권력에 대한 국민적 절망과 분노가 겹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정원 정치공작 대선개입 시국회의'가 주최하는 제6차 촛불대회가 서울 시청 광장에서 열렸다. 촘촘히 광장을 가득 메운 인파도 부족해 그 주변이 온통 촛불 시민으로 가득했다. 대략 5만 명 이상의 시민이 시청 광장에 참석한 것으로 파악된다. 289만 원짜리 월급쟁이의 지갑을 털어 가겠다는 박근혜 정권의 졸속 세제 개편안이 더해지면서 향후 더욱 확산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와 맞물려 절대 묵과할 수 없는 문제가 또 있다. 국회 국정조사에 임하는 남재준 현 국정원장의 경악스런 답변 대도다. 그의 독해력 또는 언어 능력이 필경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여기지기 때문이다. 그의 뻔뻔하고 파렴치한 언사는 금수만도 못한 것으로, 한편 가소롭고 측은한 생각마저 들게 한다.

 

국정원은 그들의 주요 업무인 대외 첩보 수집, 산업 기밀 방어 등과 같은 국가의 안위와 이익을 위해 음지에서 본연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마땅한 집단이다. 그런데 그런 막중한 임무를 부여 받고 있는 자원을 풀어, 호남인과 진보 세력에 대한 폄훼성 댓글이나 달게 했으니 어찌 인간 취급을 할 수 있으랴. 호남인과 진보적 지식인을 일컬어 홍어, 빨갱이, 종북, 절라디언 등과 같은 정신병적 작태야말로 인면수심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런데 이를 추궁하는 야당 의원들을 향해, "북한의 대남 심리전에 대응한 정당한 국가 안보 수호 행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하는 말이, "뼈를 깎는 노력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언급된 두 문장 사이에서 심각한 자기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호남인과 진보적 식자층을 비하하고 선거에 불법 개입한 행위가 국가 안보를 위한 일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왜 또 뼈를 깎는 노력으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하는가? 그야말로 그의 사고 체계가 유아적 수준임을 그대로 웅변하고 있다.

 

이런 류의 무지몽매하고 간악한 자가 국가의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의 책임자란 사실이 국민된 입장에서 우선 수치스럽다. 남재준 국정원장을 즉각 파면하지 않고서는 박근혜 정권에 대한 독재적 혐의는 물론이고, 지역 차별의 심각한 의구심 또한 더할 뿐이다. 아울러 부정선거를 지휘했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 이를 은폐했던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구속 수사와 그 배후 인물로 지목되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에 대한 정직한 자기 고백과 실천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냥 이대로 시간만 흐르면 덮어질 것으로 여긴다면 큰 오산이다. 구국적 결단을 통해 썩은 부분은 과감히 도려내고 가야 한다. 그냥 어물쩡 넘어 갈 심사로는 상황만 더욱 악화시킬 따름이다. 극악한 것을 과감히 단죄할 때 거기 용서의 실마리도 있는 것이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