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안철수 의원, 정부 세제 개편안에 강한 일침/정성태

시와 칼럼 2013. 8. 14.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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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세제 개편안이 발표되기 무섭게 직장인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이를 의식한 듯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기 무섭게 기재부가 곧장 수정안을 내 놓았으나, 여전히 불만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왜 그러는 것일까? 우선 형평성의 문제다. 재벌과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표 구간과 세율에 대해 전혀 납득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고소득 자영업자 및 전문직의 탈루 세원을 방어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안이 도무지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작동된다.


따라서 재벌의 낮은 법인세를 바로 잡고 아울러 고소득자 및 초고소득자에 대한 과표 구간 확대와 세율 강화가 있어야 한다.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설혹 그 액수가 그리 크지 않다고 할지라도 선뜻 동의할 사람은 별로 없다. 정부 당국은 이 점을 우선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박근혜 대통령의 입장 선회다. 기재부 또한 종전의 연봉 3850만 원 봉급 생활자에서, 이를 5500만 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 점에 대해서는 다소 평가할만 하다. 그럼에도 재벌과 초고소득자 및 전문직에 대한 실효성 있는 안이 없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려운 처사다.

 

그렇다면 직장인들 대부분이 복지 확대를 반대한다는 뜻일까? 결코 그렇지 않다.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의 불가피성에 대해서는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혹여 이에 대해 인정하기 싫은 사람이 있다면, 그는 공동의 선을 위해하고자 하는 불순한 목적이다. 그에게는 따로 살기를 권한다.

 

가난은 견딜 수 있어도 불공정한 것에 대해서는 참기 어려운 것이 인지상정이다. 부자들은 멀쩡한데,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자신만 당한다는 생각이 들면 단 한 푼도 아까운 것이 세상 이치다. 따라서 비록 생활 여력이 어려운 직장인이라 할지라도, 공정성이 구현되면 기꺼이 동참할 수 있게 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조세 형평성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는 국민적 저항만 따를 뿐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지갑에서 현찰이 빠져나가는 일이다. 그 무엇보다도 공정성이 담보될 수 있어야 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이 점이 선결될 수 있을 때, 거기 국민적 합의도 이루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 안철수 의원이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 당국을 향해 따끔한 지적을 하고 나섰다. 그는 "과세 형평성 등을 감안할 때 먼저 고소득층에 대한 소득세, 대기업 법인세, 소득세 최고구간 상향 조정, 비과세 감면 축소 등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먼저 내놓은 뒤 서민과 중산층의 근로소득세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에게 증세라는 손을 벌리기 전에 정부 스스로 혈세를 아껴 쓰고 투명하게 국민의 뜻에 따라 집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라며 "조세 포탈과 역외 재산 도피 등 불법적 탈세를 막으려는 노력도 필요하다"라고 일침을 놓았다.

 

정부 당국은 안 의원의 이러한 충심을 귀담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세금은 국민의 심리적 측면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는 점을 정확히 인지하여, 금번 세제 개편안을 통한 복지 확대가 박근혜 정부의 역점 사항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 크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