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안철수 식 혁명을 생각하며/정성태

시와 칼럼 2013. 6. 29.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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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은 책임을 전제로 한다. 문서 없는 약속인 까닭이다. 어떤 말이 자신의 생각을 객관화하는 수단으로 쓰인다, 이미 그 말이 있기 에 그에 따르는 생각 자체가 존재한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말은 어떤 개인의 사고 체계 혹은 그 통로를 여는 중요한 단서가 되기도 한다.

 

그런지라 인구 사이에서 숱하게 나누게 되는 말에 대한 실천 여부는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강조된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그 당사자의 도덕성을 가늠하는 잣대로 삼기도 한다. 이는 사기꾼과는 또 다른 별개의 차원이다. 그래서 현자는 말을 아끼라고 주문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하물며 정치인의 언행일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세 치 혀가 국민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더욱 높은 차원의 도덕성이 요구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정치 지도자의 말이 조변석개와 같다면 어찌 국민적 신뢰를 얻을 수 있겠는가. 천하의 조롱거리가 될 뿐이다.

 

특별히 대통령의 언사는 더욱 신중하고 세밀해야 한다.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또 다양한 이해와 갈등의 조정자로서 최후의 보루가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말에는 별반 신뢰가 생기지 않는다. 국정원의 부정선거 개입,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등과 같은 일련의 사태에 있어서 자기 안위만을 위해 급급한 모습이다.

바로 이 대목에서 안철수 의원이 돋보인다. 그의 말은 신중하고 강한 책임감이 잘 묻어난다. 비록 호전적 어투를 구사하지는 않지만 그 속내는 꽉 차게 여겨진다. 당면한 인기만을 위해 천방지축 망나니 널뛰듯 함부로 처신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면서도 스스로 해야 할 일은 거침없이 하고 있다.

지난 날을 복기해 보자. 말잔치는 호쾌했지만, 그 이면은 삼성의 주구로 철저히 전락했던 어떤 이와는 분명히 차별된다. 그리고 747이 적힌 숫자를 들고 나와 스스로 경제 대통령임을 자임하며 현혹했던 또 다른 어떤 이와도 확연히 구분되는 지점이다. 결과는 그들 모두 참담한 것이었다.

물론 안철수 의원에게 인파이팅을 요구하는 이들 입장에서 보자면, 그가 다소 굼떠 보이고 또 성에 차지 않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그가 할 일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국정원의 부정선거 개입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 밝혔고, 남북 정상 간의 대화록 공개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한국일보 사태에 대해서도 그 누구보다 앞장 서고 있다.

그는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이다. 말잔치를 좋아하기 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대적 소임을 다하기 위해 묵묵히 실천하는 스타일이다. 그만큼 책임 의식이 남다른 작은 거인이라는 뜻이다. 버릴 것은 별반 없이, 취할 것이 가득한 사람이다. 위난의 국가와 고난에 처한 서민 대중의 삶 앞에서 속울음 우는 사람이다.

이제 우리는 말잔치만 화려한 정치인은 경계해야 한다. 이들은 땡볕 아래서 마시는 탄산 음료와 같은 존재일 뿐이다. 잠시 동안은 상쾌하고 후련하지만, 이내 공허해지는 그리고 더 큰 목마름으로 우리를 옥죄게 한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차곡차곡 내실을 다질 줄 아는 정치 지도자를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은 그런 지혜와 안목도 이미 생겼다. 그것이 우리 모두를 위한 진정한 의미의 혁명이다. 그리고 그것이 안철수 식 정치의 요체로 작동되고 있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