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담뱃값 폭풍 인상, "서민 등골 뽑아 세수 확충하겠다는 발상"

시와 칼럼 2013. 3. 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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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2500원 하는 담뱃값을 무려 80%나 널뛰기된 4500원으로 인상할 방침이라고 한다. 흡연율을 줄여 국민건강을 증진시키고, 또 세수도 대폭 늘려 필요한 재원을 확충하기 위함이란다.


언뜻 황감하기 그지없는 일로 여겨진다. 그런데 이를 액면 그대로 인정할 수 있을까? 만일 그렇다고 여긴다면, 이미 자신의 지갑을 강탈당한 바나 매양 다르지 않다. 겉포장은 그럴듯한데, 막상 내용물을 따져보면 매우 빈약한 발상임이 훤히 드러나는 까닭이다.


지난 2004년 담뱃값이 500원 오른 바 있다. 그 직후 일시적으로 흡연율이 감소했으나, 그도 얼마 못가 원상으로 되돌려졌다. 물론 그간 꾸준히 흡연율이 떨어지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담뱃값 인상 때문이 아닌, 지속적인 금연 캠페인에서 크게 기인하고 있다. 이와 함께 빌딩 및 음식점 등에서의 금연을 강제함으로서 나타나는 효과다. 담뱃값과 흡연율의 상관관계는 별반 크지 않다는 뜻이다.

그리고 여기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흡연 애호계층이 경제적 약자일수록 상대적으로 더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골프 또는 스포츠센터를 비롯해 각종 여가생활로부터 보다 취약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담배는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서민용 스트레스 해소제가 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가난한 서민들 호주머니 털어서 세원을 확보하겠다는 정부 당국과 정치권의 몽매함 앞에 아연 실소를 금치 못하게 된다. 더욱이 흡연은 중독성이 매우 강한 기호품인지라, 금연에 대한 의지만으로는 쉽사리 성공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결국 서민들 골수 뽑아서 재원 확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는 물가 상승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특히 서민 대중의 가계 지출이 현격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은 더한다. 그렇잖아도 극심한 생활고를 견디며 사는 이들에게 폭탄을 투하하겠다는 것과 하등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전후 사정을 고려치 않은 권력의 또 다른 폭력성에 다름 아니다.

물론 국민 건강을 고려해 흡연율을 낮출 수 있어야 함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담뱃값 인상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얻겠다는 근시안적 발상보다는, 보다 지속적이고 또 적극적인 금연 캠페인과 교육 등을 통해 실현되어야 할 사안이다. 서민 등골 뽑는다고 될 일이 아니란 것이다.


굳이 서민 애호품인 담뱃값 인상을 통하지 않더라도, 꼭 필요한 세원은 얼마든지 확충이 가능하리라 여긴다. 단적으로, 공공부분과 대기업을 우선 대상으로 하는 소득상한제 도입을 적극 검토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비정규직 비율을 최소화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시급히 추진할 일이다. 돈이 대기업과 또 일부 계층에게만 쏠려 가는 동맥경화 현상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그런 조치가 선행된 후에 이런 저런 증세 방안을 내어 놓는 것이 다수 국민에 대한 예의다. 금전이 말초 신경까지 고루고루 제대로 흘러야 머리도 잘 돌아가고 또 오장육부와 사지 육신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돈이 어느 한 곳으로만 모이게 되면 결국 나라 전체가 절단난다는 사실을 박근혜 정부가 새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E-mail : jst01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