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이재명의 가벼움, 핵추진 잠수함 건조 표류되나?

시와 칼럼 2025. 11. 8. 07:15

잠수함은 장기간 수중에 머무르며 적에게 탐지되지 않은 채 광범위한 해역을 감시하거나 또는 정찰 등의 작전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임무가 부여된다. 유사시에는 불시에 적의 중요 해상 목표물을 파괴하는 등 예상치 못한 공격을 가해야 하는 전략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닌다. 그런만큼 고도의 은밀성이 요구된다.

한국은 세계 정상급 수준의 디젤 잠수함을 자체 건조하고 있다. 운영에 있어서도 독보적인 역량을 선보인다. 하지만 속도가 느리고 항속거리가 짧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연료와 배터리가 소진되면 수면으로 올라와야 하는 등 잠항 기간에 한계가 따른다. 그만큼 은밀성이 줄게 되는 것이며, 작전 범위 또한 제약을 받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핵추진 잠수함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디젤 잠수함에 비해 훨씬 장기간 수중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장점을 갖추고 있어, 적에게 발각될 위험성이 현저히 줄어든다. 승조원의 식량 등 보급품이 소진되기까지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잠항이 가능하다. 여기서 또 다른 변수는 승조원들의 피로도 여부라고 할 수 있다.

핵추진 잠수함은 전술한 바와 같이 해상력 투사에 따른 전략적 억제력 측면에서 그 운용 필요성이 절대적이다. 특히 SLBM을 탑재할 경우, 적에 대한 타격 능력이 대폭 강화된다. 이를 상대해야 하는 적의 입장에서는 늘 긴장할 수밖에 없는 두려운 존재다. 이러한 전략적 유용성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비대칭 무기로 평가된다.

현재 중국 해군력은 물량에 있어서 미국을 능가한다. 대형 항모전단 뿐만 아니라, 핵추진 잠수함도 위협적인 수준이다. 기술력도 날로 향상되고 있다. 서해 잠정조치수역 불법 시설물 또한 군사 요새화될 소지가 높다. 중국 해안선을 따라 연이어 배치된 미사일도 곧장 우리 수도권을 향한다. 한반도 최대 적성국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은 지난 김영삼 정부에서 핵추진 잠수함 건조 논의가 극비 사항으로 진행됐다.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비밀 사업으로 전담 부서를 설치하는 등 본격적인 닻을 올렸으나 언론에 노출되며 멈춰서고 말았다. 더욱이 국제원자력기구의 우라늄 농축시설 사찰까지 알려지며 잠정 중단됐다. 핵연료 취급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 때문이다.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 여기서 핵잠수함 건조 자체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 다만 추진체로 사용될 핵연료 농축 등에 있어서 NPT(핵확산 방지조약) 등 국제법 제재가 따른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한 미국 의회 동의와 미국 대통령의 최종 승인을 필요로 한다. 절차상 산 넘어 산이다.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능력은 이미 갖춰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그에 장착할 소형 원자로 설계와 제작 또한 매우 우수하다. 사실상 기반 기술은 모두 갖추고 있는 셈이다. 이제 검증만 완벽하게 이뤄진다면 건조에 따른 우려는 불식된다. 다만 핵연료 농축과 사용에 관한 문제가 관건이다.

또 다른 문제도 대두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핵추진 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미국 필리 조선소를 콕 찍어 거론한 점이다. 그런데 필리 조선소는 잠수함은 커녕 군함도 만들지 못하는 수준이다. 당연히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필요한 설비가 갖춰져 있을리 만무하다. 또한 핵처리 가공 시설을 지으려면 미국에서 인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도 굳이 필리 조선소에서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려면 먼저 대규모 시설 구축에 따른 천문학적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 건조 인력도 양성해야 하는데, 현재 미국 조선업 상황을 감안할 때 그게 어느 세월에 가능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건조 비용도 미국은 한국에 비해 거의 두 배 가량 더 많이 들어간다.

만일 이것이 미국의 조선업 부활을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꼼수에 놀아나는 꼴이라면, 이건 심각한 문제다. 우리가 미국 조선소를 위해 모든 인프라를 조성했는데, 가져올 때는 미국 수권법에 따른 수출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고장날 경우에는 미국까지 가서 수리해야 하는 등 추가 비용과 시간 손실도 엄청나게 발생한다.

그야말로 여러 불합리성이 산재해 있기 때문에 한미 양국의 충분한 검토를 통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야 한다. 그런 한편 미국 의회 승인없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만 갖고서 모든 것이 가능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그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선 행정명령을 통해서라도 일단 추진할 필요성은 있다.

사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인 트럼프 대통령 1기 시절 핵추진 잠수함 건조에 대한 잠정적 승인을 받고 극비리에 추진해 왔던 사안이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핵연료 공급을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도리어 난항에 빠졌다. 그 가벼움으로 인해 은밀성이 생명인 핵추진 잠수함 건조 사업의 표류 개연성이 한층 높아지게 된 셈이다.

도대체 왜 그랬던 것일까? 바로 그 지점에서 국민적 의구심이 증폭될 수밖에 없다. 중국의 핵추진 잠수함은 우리 영해를 휘젓고 다니는데, 정작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는 시기조차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국민이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우려해야 하는 위기 상황 앞에서 가슴 조이는 동통만 엄습할 따름이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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