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뉴스]

윤석열 대통령 옭아맨 홍장원 주장과 CCTV... 박선원 의원은 왜 그랬나?

시와 칼럼 2025. 2. 14. 07:46
728x90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12.3 비상계엄 선포 사흘 후에 한겨레신문과 나눈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으로부터 방첩사와 협력해 한동훈 대표를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2월 4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5차 변론 때는 “(대통령이) 대상자를 규정 안해서 누구를 잡아야 한다곤 전달받지 못했다”고 완전히 말을 바꿨다.

'체포 대상자 명단' 메모 작성 경위와 내용에 관해서는 "12.3 계엄 당시 '싹 다 잡아들이라'는 윤 대통령 전화를 받은 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에게 구체적인 대상을 묻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고 말했다. 다만 "당시 책상에 앉아서 여 전 사령관이 불러주는 명단을 받아 적은 게 아니라 국정원장 관사 입구 공터에서 주머니에 있던 메모지에 적었다"는 것이다.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은 2월 13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8차 변론기일에서 홍 전 1차장 말과 관련해 “계엄 당일 밤 11시 6분 국정원장 공관 앞에서 해당 메모를 썼다는 홍 전 1차장의 헌재 증언을 듣고 사실관계를 파악해 봤더니 달랐다”면서 “CCTV를 확인한 결과 그 시각에 홍 전 1차장은 (국정원) 청사에 있는 본인 사무실에 있었다”고 증언했다.

홍 전 1차장이 '급히 쓴 메모를 자기 보좌관에게 정서(正書)하게 했다'는 것에 대해선 "보좌관에게 확인해보니 계엄 당일 홍 전 1차장이 사각 포스트잇에 쓴 것을 줘서 본인이 정서를 한 건 맞다고 한다"며, 하지만 "이튿날 홍 전 1차장이 '기억나는 대로 하나 더 써달라'고 해서 기억을 더듬어 한 번 더 썼는데, 이후 자신이 쓰지 않은 내용이 가필됐다고 한다"고 밝혔다.

이는 보다 더 살펴보면 계엄 당일 홍 전 1차장이 급히 쓴 메모와 그날밤 보좌관이 이를 다시 쓴 메모, 여기에 그 다음 날 보좌관 기억으로 적은 메모, 아울러 그 위에 여러 내용이 추가된 네 번째 메모가 있는 셈이다. 조 원장은 이와 관련 '메모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묻는 윤 대통령 측 윤갑근 변호사 질문에 "홍 전 1차장의 메모나 증언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갖고 있다"고 직격했다.

한편 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해 12월 12일 어느 유튜브 방송에서 "홍 전 1차장이 여 사령관과 통화할 때 목소리를 크게 하니까 현장에 있던 보좌관이 받아 적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이튿날 "홍 전 1차장이 쓴 메모를 나에게 줬다", "그 순간 작성한 수기 메모는 저거밖에 없다"며 "이 메모가 (정치인 체포 지시의) 유일한 물증"인 것처럼 강변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관계가 완전히 뒤틀어진 지점이다. 홍 전 1차장은 12.3 이튿날 보좌관에게 정서를 시킨 후 원본 메모는 구겨서 버렸다고 했다. 정서를 맡은 보좌관은 자신이 작성한 명단과 다르게 가필된 내용도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박선원 의원 주장이 터무니없게 여겨지는 이유다. 더욱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변호인을 통해 "당시 '체포'란 말을 한 기억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 대통령은 헌재 5차 변론에서 "메모가 박 의원에게 넘어가면서, 탄핵부터 내란죄 등 모든 프로세스가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날 정형식 헌법재판관도 홍 전 1차장의 '검거 요청' 메모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짚었다. 정치인 등을 검거할 권한이나 조직이 없는 국정원에 여 전 사령관이 검거를 요청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