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헌정사상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올라 가결된 건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처음이다. 하지만 이후 헌법재판소에서 부결되며 직을 수행할 수 있었다. 2016년에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 가결에 이어 헌재에서도 인용되며 직에서 내려와야 했다. 2024년에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 오르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유로는 ‘헌법이 요구하는 그 어떠한 계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였음에도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여 원천 무효인 비상계엄을 발령함으로써, 국민주권주의, 권력분립의 원칙, 군인 등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정당제와 정당 활동의 자유, 언론·출판과 집회·결사 등 표현의 자유 등 헌법을 위반했다’는 점이 적시됐다.
국회가 12월 7일 오후 5시 본회의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표결에 부쳤으나, 가결에 필요한 200명을 채우지 못한 재석 195명으로 투표 자체가 불성립되며 폐기됐다. 이는 헌법 제65조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국회 재적의원(300명) 과반의 발의와 재적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결된다는 조문에 의한 것이다.
그간 윤 대통령 탄핵 동참을 고심하던 친한계와 소장파들도 대부분 투표에 불참했다. 특히 지난 4일 새벽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본회의 표결에 참석했던 18명 가운데 17명이 탄핵 반대 당론을 따르며 결국 무산된 셈이다. 최악의 위기에 몰렸던 윤 대통령은 일단 숨을 고르게 됐으나, 향후 야권의 탄핵안 재의결 등 정국 혼란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의힘 기류가 급선회하게 된 배경에는, 탄핵 표결이 예정된 당일 오전 10시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대국민사과, 법적·정치적 책임 및 임기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당에 일임하기로 하며 탄핵 명분이 사라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윤 대통령 탄핵에 따른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반사이익’을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 형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아울러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트라우마가 컸다고 한다. 적폐 청산 명목의 피바람이 불며 보수가 궤멸적 피해를 입은데 따른다. 또한 22대 총선에서 공룡 집단을 이룬 민주당 등 야권의 독선적이고 막무가내식 국회 운영에 따른 누적된 울분도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에 정권을 헌납한다는 것은 공멸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여권 내 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여겨진다. 친한·친윤 갈등이 깊어진 가운데 향후 임기단축, 거국 내각 등의 논의 과정에서 주도권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견된다. 비상계엄 관련자를 처벌하는 과정에서도 양측의 충돌 개연성이 높다. 거기 윤 대통령은 사실상 무기력한 상태로 전락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욱이 민주당 등 야권은 월등한 수적 우세를 앞세워 임시국회에서 탄핵을 재추진할 방침이다. 국민 사이에 탄핵 여론이 높게 형성되며, 그에 따라 여당 내 이탈표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탄핵 재추진에 나설 것임을 밝힌 상태다. 향후 윤 대통령 ‘내란죄’ 상설특검, 김건희 특검법 재발의, 해병대원 특검 등을 추진하며 대여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알려진다.
한편 같은날 무기명으로 이뤄진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도 찬성 198표, 반대 102표로 부결되며 자동 폐기됐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은 재적의원(300명)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통과된다. 2표가 부족해 가결되지 못한 셈이다. 김 여사 특검법이 재표결을 거쳐 폐기된 것은 지난 2월과 10월에 이어 세 번째다.
물론 윤 대통령의 계엄 선포는 명백히 잘못된 처사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야권이 남발한 탄핵 발의도 무려 25번에 이른다. 그 또한 이재명 대표 등을 수사하던 검사들과 감사원을 표적했다. 국정 문란을 의도한 것으로 이해되기에 결코 부족하지 않다. 앞으로도 탄핵 정국으로 몰아넣을 듯싶다. 거기 국가적 혼란과 국민적 피로감 또한 쌓여갈 것임이 자명하다.
따라서 현 상황을 조속히 수습하고, 국가 안위와 국민의 평온한 일상 유지를 위해서도 이재명, 조국 대표 등에 대한 사법부의 양심과 법리에 따른 신속한 재판이 매우 긴요하다. 법원의 늑장이 계속되며 야권은 자신들의 법적 책임을 무력화하기 위해 사활을 건 모양새다. 윤 대통령에 대한 법적 책임도 임기 단축을 통한 개헌 등으로 직에서 내려온 후 필히 물을 수 있어야 한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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