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10시 30분 무렵 긴급 대국민담화와 함께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이후 기관단총과 야간투시경 등으로 무장한 계엄군이 국회 출입을 통제하고 본청에 진입하는 등 최악의 상황이 벌어졌다. 입법 기관인 국회가 군홧발에 의해 얼룩지고 헌정질서가 짓밟히는 씻지 못할 과오로 기록될 듯싶다.
국회 본회의장으로 가려던 국회의원마저 정문 출입을 제지당하자 담을 넘기도 했다. 그렇게 소집된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계엄 선포 3시간 가량 지난 이튿날 이른 새벽에 효력을 상실한 셈이다. 만일 계엄군이 이마저 차단하고 나섰다면 대대적인 국민 저항과 함께 유혈사태로 전개됐을 개연성이 매우 높다.
결국 국회 의결에 따라 새벽 4시 30분, 윤석열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해 비상계엄을 해제했다. 계엄군도 부대로 복귀됐다. 그야말로 선무당 집단의 시대착오적 발상이며 헌정사를 어지럽힌 친위쿠데타 성격이 짙다.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헌법적 요건과 절차를 무시한 채 강행됐다는 점에서 내란죄 성립도 다분하다는 반응이다.
물론 헌법 제77조는 비상계엄 요건에 대해 정하고 있다. 전시·사변 또는 그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등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되어 행정 및 사법 기능이 마비되어 군사력이 아니면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어려울 때에 선포할 수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사회의 질서유지가 불가능할 때 취할 수 있는 제한적 조치인 것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대통령이 입법·사법·행정 권한을 독점하고 군사력을 이용하여 사법과 치안을 유지하게 된다.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되거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가 박탈될 수 있다. 심지어 법원의 권한까지 조치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한이다. 국가 전체가 암흑천지 상황에 놓일 수 있음을 뜻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피살되며 1979년 계엄이 선포된 바 있다. 당시 전두환 계엄사령관 체제에서 겪었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국민적 우려와 두려움이 엄습했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리더십에도 치명적 결함으로 작동될 수 있는 일종의 자해행위다. 국민, 국회, 대통령 모두 상처를 입게 됐다. 그에 대한 책임 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주도적으로 건의한 당사자는 김용현 국방부장관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를 필두로 계엄사령관을 맡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계엄군 병력을 동원한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과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 등이 역할을 맡았다. 707특수임무단, 제1공수특전여단, 수방사 소속 군사경찰특임대 등으로 전해진다.
우선 국가적 재앙으로 번지지 않아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위헌·위법적 측면이 농후하는 점이다. 절차적 정당성도 확보되지 못했다. 따라서 이를 모의하고 가담한 대통령실 참모진, 정부 각료, 고위 공직자, 군간부들이 누구인지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상이 규명돼야 할 일이다. 자유 헌정질서를 유린한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하겠기에 그렇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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