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의사 집단 인면수심, 의료면허 무기 삼은 국민 협박인가?

시와 칼럼 2024. 9. 8.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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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의사 부족 사태는 어느 정부 누구라도 반드시 해결해야 하는 당면 과제다. 이는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접근될 문제가 아닌, 이성적 논거와 상식에 기반한 것이어야 한다. 정부의 의대 정원 적정선에 무리가 있어서도 곤란한 일이겠으나, 환자를 볼모로 한 의사 집단의 행패에 손을 놓아서도 안되는 일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서둘러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목숨을 건질 수 있는 위급한 상태의 환자가 응급실 의사 부족으로 인해 구급차에 실린 채 병원을 전전하다 사망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한다. 원인은 각기 다를 수 있겠으나 치료할 의사가 없어서 생명을 잃게 되는 점에 있어서는 우리 모두를 가슴 아프게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의대 정원 증원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의사들 집단 몽니에 굴복하며 무기력하게 주저앉고 말았다. 제때 필요한 정책이 추진되지 않고 의사단체에 끌려다니며 미뤄지게 되니, 상황만 더욱 악화됐다. 생명과 직결되는 필수의료 영역이 특히 그렇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의사 부족 사태로 인한 국민 건강권과 생명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악순환 문제를 더는 미룰 수 없어 의대 정원을 늘리기로 했다. 그러자 이번에도 의사들 집단 이기주의에 따른 몽니가 발동했다. 심지어 촌각을 다투는 위중한 환자마저 외면한 채 병원을 이탈하는 인면수심을 서슴지 않는다.

그야말로 의료면허를 무기 삼은 야만적 행태에 다름 아닌 듯싶다. 병원 또는 의사 백없는 위급 환자는 구급차에 실린 채 이곳저곳 병원을 뺑뺑이 돌다 그대로 사망해도 상관할 바 아니라는 폭력성이 깃든 것만 같아 으스스 소름 돋는다. 도대체 무엇을 노린 무도하고 잔인하기 그지없는 행태일까?

지난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은 속수무책 묶여 있는 상태다. 급속한 고령화와 함께 핵가족 시대로 이행되면서 의료시설을 찾는 빈도 또한 급증하고 있다. 의료 인력 공급도 그에 비례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힘들다는 점 때문에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까지 겹치며 의사 부족을 의료 현장에서 곧장 체감하게 됐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의대 정원 증원은 매우 절실한 문제로 대두돼 있다. 수련 과정까지 고려한다면 하시라도 시급한 일이다. 지난해 어느 지방 의료원은 응급실 의사를 구하지 못해 연봉을 4억 원으로 올렸다. 또 다른 의료원은 3억 원대 연봉과 아파트 제공 조건에도 지원하는 응급실 의사가 없어 4억2천만 원으로 인상했다.

결국 의사들의 철밥통 밥그릇 지키기가 주된 요인인 것으로 여겨진다. 의사가 늘게 되면 수입이 다소 줄게 될 것임은 자명하다. 이에 대한 의사들 어깃장이 위중한 환자마저 싸늘히 외면한 채 병원을 이탈하는 사태로 번져 있다. 그렇다고 의사 부족 문제를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 되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의사 평균 연봉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고 한다. 2020년 기준 국내 종합병원 봉직의 연간 평균 임금은 약 2억6천만 원으로, 이는 OECD 봉직의 평균 임금보다 무려 1억1600만원 정도 더 많은 액수다. 한국보다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높은 독일과 네덜란드 의사보다 높은 연봉이다.

한국 봉직의 평균 연봉을 일반 근로자와 비교하게 되면 그 차이는 6.7배까지 벌어진다. 여기서 의사 부족 사태를 계속 방치하게 되면, 단순히 의사들 연봉 상승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날로 더 위협받게 된다는 점이 도사리고 있다. 그럴수록 힘없는 보통 사람들만 더 크게 곤욕을 치를 것임은 자명하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의사 부족 사태는 어느 정권 누구라도 해결해야 할 몫이다. 그런데도 의사단체는 무조건 안된다며 정권 퇴진 운동 운운한다. 이를 두고 윤석열 정부를 모질게 매도하는 정치권 일각과 일부 언론의 태도 또한 한심하다 못해 참담하게 여겨질 지경이다. 설마 돈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은 아니리라 믿고 싶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