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뉴스]

대학생들, 마약 투약이 ‘정서적 측면’ 도움줄 것... 충격 반응 왜?

시와 칼럼 2024. 8. 18.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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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명문대 중심의 연합동아리에서 집단으로 마약을 투약하거나 심지어 유통한 사건이 적발되며 우리사회를 충격에 빠트린 바 있다. 10대들의 마약 투약 증가와 함께 도처에 마약이 침투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명징한 예시와도 같았다.

실제 20대 마약 범죄가 늘고 있음을 수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전체 마약류 사범 2만7611명 가운데 8368명이 20대였다. 단속된 인원의 30.3%에 해당된다. 특히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빠져 마약 유통에 나서는 등 치명적 범죄에 가담하는 비율도 날로 높아지는 추세다.

이런 가운데 대학생들 사이에 마약과 같은 약물이 기분을 좋게 하고 안정감을 줄 것으로 인식하는 정도가 높다는 조사가 나와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또한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는 인식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 사용이 주로 ‘정서적 측면’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중앙대학교 정태연 교수팀이 진행한 '2024 대학생 마약사용 인식 및 실태조사'에 따른 것으로, 서울 소재 C대학 378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 중 마약 투약 학생은 5명으로, 전체의 1.3% 가량이다. 하지만 조사 주제와 특성상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많아, 실제 마약 유경험자 비율은 이보다 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에 따르면, 조사에 참여한 학생들의 ‘마약 사용에 대한 인식’은 매우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5점 만점에 ‘약물 사용의 지속적 증가'(4.2점), ‘SNS나 인터넷을 통한 마약류 구입이 어렵지 않다’(3.6점)는 응답이 나왔다. 마약류 전반에 대한 실태나 현실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게 형성되어 있음을 엿볼 수 있다.

그 원인에 있어서는 응답자 대부분이 ‘마약을 접할 기회의 증가’로 꼽았다(77%). 또한 유흥업소의 증가(46%), 정부의 단속 소홀(43%), 마약 정보의 과다(42%) 순이었다. 그에 반해 도덕성 감소(28%), 경쟁사회(15%), 빈부격차(15%) 등의 원인은 상대적으로 높지 않았다.

마약 사용에 따른 책임소재를 놓고서는, 약물 사용자(92%)보다 약물을 제조·밀수·판매하는 사람(98%)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고 보았다. 또한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한 정부(76%)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여겼다.

그로 인한 손실 부분은 개인적 손실(34%), 사회적 손실(33%), 주변인 반응(33%) 등 유형별로 비슷한 비율이었다. 마약 사용을 단순히 ‘개인적 차원’으로 국한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하는 지점이다.

‘마약 중독자에 대한 엄격한 단속과 처벌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5점 만점에 4점이었다. 그러면서도 ‘마약 중독자는 범죄자임과 동시에 환자이기 때문에 치료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5점 만점에 3.7점으로 비교적 높았다.

해당 연구를 통해 추정할 수 있는 점은, 마약 사용 의도가 대부분 심리적 요인과 유의미한 상관관계에 놓여 있음이다. 대학생 및 청년층의 외로움 수준이 높을수록 마약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높았고, 사용 의도도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반대로 삶의 의미가 높고 자기통제 성향이 강할수록 마약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높았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대학생들의 정서적 불안감에 따른 약한 고리를 마약이 파고들었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따라서 대학 교육기관과 정부 차원에서 마약류 관련 특단의 대책을 세울 필요성이 요구된다. 대학 차원의 면밀한 대응책 요구도 나온다.

연구진은 “청년들이 진정성 있는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며 “바쁘게 미래를 준비하지만, 삶의 의미는 부재하고, 불안이 높은 청년들에게 자아실현과 행복추구에 대한 교육”을 제기했다. 또한 “대학생 중심의 구체적인 정서 관리 방법이나 교육”, “공익광고를 활성화하여 사회 전반의 인식 개선을 도모할 필요성"도 언급했다.

연구를 총괄한 정태연 교수(중앙대 심리학과)는 “대학 연합동아리 마약 유통 사건과 같이 학생들은 또래 집단에서 마약 투약에 대한 압박을 받을 경우 이를 거절하기 어렵다”며 “대학 차원에서 면밀한 실태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