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이 피기까지는
꽃이 아름답다 하나
어디 절로 피는 꽃이 있던가?
사랑이 깊다 하나
어디 절로 맺는 사랑이 있던가?
길고 긴 혼돈의 터널과
모진 풍상을 견디고서야 비로소
꽃은 꽃으로 아름답고
사랑은 사랑으로 숭고한 것.
수신 없는 전화기를 붙든 채
때로 숨 막히고 기약 없어
마음에 빗방울이 스밀지라도
그대, 결코 미움을 심지 말라.
삶도 그렇거니와 사랑 또한
처절한 상처 뒤에서야 빛나는,
본디 그것들은 위태로운
공중의 줄타기와 같으니
다만 그대 안의 사랑과
그 사랑이 주는 믿음만을 의탁하라.
詩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