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조국 사태로 드러난 86 꼰대들의 민낯/정성태

시와 칼럼 2019. 9. 1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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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를 임명 강행한 이틀 후 "국민 모두에게 공평한 나라를 소망한다"는 추석 메시지를 냈다. 이를 접하는 적잖은 사람이 심한 절망과 무기력에 빠져들었을 듯싶다. 그야말로 국민 일반을 향한 우롱임과 동시에, 공평이 서거한 순간에 다름 아니었다는 인식과 그러한 우려 또한 깊다.

 

한국사회를 단적으로 묘사하는 분석이 있다. 미국 콜게이트 대학 마이클 존스턴 교수는 "한국 부패 유형은 매우 흥미롭다. 엘리트 카르텔 유형이다. 많이 배운 자들이 조직적으로 뭉쳐 국민을 등치며 이익을 공유한다"는 날카로운 지적이 그것이다. 사실상 여야가 따로 없다는 뜻으로, 반론의 여지 또한 극히 옹색할 따름이다.

 

조국 법무부장관 임명 사태를 놓고 더는 이 땅에 공정, 평등, 정의, 공평 등과 같은 가치적 우위가 설자리를 잃는 상황이 됐다. 불평등과 불공정이 깊은 화인이 되어 한국사회 전반에 두들겨 박혔다. 규범으로서의 도덕적 잣대 또한 더는 사회 구성원 사이에서 효용성을 갖지 못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로 팽개쳐졌다.

 

그로인한 후과는 악한 사람이 착한 사람을 이기고, 아부 잘하는 사람이 역량 있는 사람을 이긴다는 저열한 셈법이다. 또한 이간에 능한 사람이 정직한 사람을 이기고, 요령 부리는 사람이 성실한 사람을 이긴다는 요지경 속으로 급속히 전락됐다. 문제의 심각성은 그러한 조직과 사회 혹은 국가는 반드시 쇠락하고 패망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두려움이 엄습한다.

 

이는 비단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만 목도한 참담함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 또한 그 연장선에 놓여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거기 청년, 학생들의 분노가 들끓게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그런데도 입술만 진보, 개혁에 불과한 기득권에 찌든 86 꼰대들 막말과 온갖 왜곡 그리고 민망한 수준의 흑색비방이 난무했다. 청년과 국가의 미래를 짓밟는 오만의 극치라 아니할 수 없다.

 

군부독재 망령이 사라진 오늘, 심각한 수위를 나타내고 있는 나르시시즘과 소시오페스적 인간 유형이 한국사회 곳곳을 어둡게 휘젓고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을 둘러싼 사태가 그것을 방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그러한 패악스런 참상에 침 흘리며 두둔하는 민주당 모습에서 자유당이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800만 비정규직 노동자, 700만 소상공인 사업자, 600만 청년구직 실업자가 피눈물 흘리고 있다. 그런 가운데 특권층이 드러낸 민낯은 여야가 따로 없다는 것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공정, 정의를 외치면서도 뒷전에선 수구 적폐의 패악성과 동체를 이뤘다. 이것이 문재인 대통령을 축으로 하는 소위 친문 패밀리의 막장 현주소에 다름 아니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