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란 무엇인가? 무릇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갖는 행위의 총합이라 규정할 수 있을 듯싶다. 이는 국가적 평안과 번영 그리고 국민적 삶의 질 향상에 있으리라 여긴다. 물론 여기서도 개별적 견해는 각기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것 또한 정치의 다른 영역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정당 및 정치인의 성향 혹은 정체성이 특정된다. 이의 전반적 흐름을 노선이라 할 수 있겠다.
정치는 바로 그러한 자기 정체성을 갖고 치열한 논쟁 혹은 투쟁을 통해 지지세를 확보하는 일이다. 그와 함께 중요한 것은 프레임 싸움이다. 영남 패권주의에 한껏 경도된 일부 언론이 걸핏하면 차용하는 표현이 호남 중진이다. 이는 적폐청산, 개혁추진, 평화정책, 민주주의 심화, 공의확립, 불평등타파 등과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세력을 호남에만 국한시키려는 간특한 셈법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최근엔 국민의당 일부 지지층에서 '호남당'을 하자고 부추기는 경우가 있다. 물론 여야 불문하고 영남출신 정치인이 각 정당 대표를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고, 특히 영남출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의한 일방적인 적폐야합이 강행되면서 그로인한 깊은 배신감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호남출신 개혁적 유권층이 갖는 상실감의 발로이기도 할 것이다. 오죽 참담했으면 그럴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는 영남 패권주의 덫에 그대로 말려드는 우를 범하는 일이다. 세상이 바르게 변화되기를 거부하는 재벌과 관료주의 그리고 냉전적 수구세력의 호남고립 또는 호남 갈라치기에 스스로 말려드는 경우에 다름 아니다. 여기서 호남이 대체적으로 추구하는 가치 척도가 되고 있는 평화, 개혁, 불평등타파, 공의, 민주 등은 고결하고 매우 숭고한 것이다. 아울러 그러한 정치철학을 근간으로 삼기에 호남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는 정치 지형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호남과 뜻을 같이 하는 인구가 호남에만 국한되는 건 결코 아니다. 따라서 그러한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을 규합하는 것일 때 널리 세력이 확장된다. 그리고 국가와 국민이 이롭게 된다. 그러기에 스스로 '호남당'하자는 주장이 그 얼마나 무망한 것인가? 분노를 삭이고 냉철하게 돌아볼 수 있어야 한다. 사실 이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당시 국정원에 의한 여론조작의 일환으로 활용되었음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또 다른 특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에 대해서는 영남 중진으로 지칭하지 않는다. 유독 박지원, 정동영, 천정배 의원 등 호남출신 유력 정치인을 향해서는 꼭 호남 중진으로 표식한다. 그리고 이를 무심하게 접하는 호남 대중마저 자신들 안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에 대해 경원시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이것이 미디어를 통한 여론조작의 교활한 양태다.
바로 이 지점에는 지난 수십년 동안 지속된 DJ 폄훼와 호남 고립의 무서운 음모가 숨어 있다. 사회적 공의가 바로 서고, 두루 막힘없이 잘 살며, 민족의 공생공영 통한 평화통일의 웅대한 비전을 말살시키려는 보이지 않는 칼날이다. 따라서 그것을 분쇄할 있을 때 국가적 미래는 물론이고 민족의 내일 또한 열리게 된다. 결단코 호남출신 정치인을 '호남당'이라는 굴레를 씌워 그 울타리에 속박하려 해서는 아니되는 이유다.
시인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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