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이 일부 정치 모리배의 일탈적 이해타산에 의한 수난의 와중에 놓여 있다. 다름 아닌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 의해 야기된 바른정당과의 보수통합 논란에서 기인한다. 안 대표의 갑작스럽고 뜬구름 잡는 식의 괴이한 발언이 터져나오자, 그에 대해 국민의당 안팎은 물론이고, 호남을 비롯한 개혁성향 유권층의 비난 여론이 거세다. 그러한 심리적 기저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호하는 집단으로 여겨지는 바른정당과의 합당은 그 자체로 퇴행적 적폐통합이 된다는 분명한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듯 상황이 악화되자 안철수 대표가 김대중-김종필 두 정치인의 소위 DJP 연합을 거론하며 자신의 부도덕한 행태를 정당화하려고 시도한 바 있다. 최근엔 보수통합에 매우 적극적인 장진영 최고위원 또한 DJ를 왜곡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서 그가 39석 공당의 최고위원을 맡을만한 자질과 역량에 관한 문제는 논외로 하겠다. 그러나 사실관계 오도에 대해서는 명확히 짚지 않을 수 없다. 하기야 김대중, 정동영 등 정치인 사찰도 모자라 심지어 DJ 관련 허위 자료를 한나라당 인사에게 건네준 것으로 드러난 박주원 전 안산시장도 국민의당 최고위원을 지낸 바 있다. 그 또한 보수통합 적극적 찬성론자로, 최근 그의 용납하기 어려운 전력이 도마에 오르며 사임했다.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는 안철수, 장진영 등 국민의당 보수통합파의 자기 변명을 위한 방편으로 DJ를 참칭하는 무도한 민낯이다. 우선 김대중-김종필 연대는 정체성이 판이하게 다른 두 정당의 묻지마식 이합집산이 아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둘째, DJ 당시엔 호남과 범민주 세력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이 매우 간절했다. 따라서 JP 영향력이 지대했던 충청지역 표심을 의식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이해됐다. 그에 따른 DJP 연합을 묵시적으로 용인해 준 민주세력에 힘입어 승리를 견인할 수 있었다. 셋째, DJ는 결코 자기 정체성을 배반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력과 리더십을 안철수 대표의 구상유취한 행태와 동일시 여기려는 작태 또한 매우 불민한 것으로 읽힌다. 그러한 비교 자체만으로도 DJ에 대한 모독이 되고 있음을 시급히 깨달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안철수, 장진영 등은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적폐세력과 묻지마 통합을 강행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심지어 DJP 연합을 거론하며 자신들의 적폐통합을 면피하기 위한 진실왜곡과 여론호도를 일삼고 있다. 더욱이 그 통합의 당사자인 바른정당은 향후 자유한국당과도 통합하겠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그러한 야만적 현실에는 입을 굳게 다물면서 굳이 보수통합을 강행하려는 저의는 무엇일까? 그로인해 국민의당 전체가 참극의 한복판으로 휩쓸리는 상황을 맞고 있지 않는가?
무엇보다 정치철학이 박약하기 때문일 듯싶다. 그러기에 공공의 선을 이루기 위한 헌신은 없고 오직 권력만을 쫒는 사익 추구형 정치로 나타나게 된다. 이는 당장 눈에 보이는 불빛에 현혹돼 무작정 달려드는 불나방과 매우 흡사한 경우로 종국엔 파멸로 귀결될 뿐이다. 모름지기 어려울 때일수록 단단해져야 하고 근본에 충실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집권세력보다 더 개혁적인 면모 그리고 부단히 평화를 세우려는 정성과 노력, 아울러 공공의 선을 이루려는 헌신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획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적폐통합과 같은 대단히 퇴행적인 발상으로 조직 전체를 죽음의 길로 재촉해서야 어찌 지도자라 할 수 있겠는가? 무책임하고 비겁할 뿐만 아니라, 파멸을 재촉하는 어둠의 항해에 불과한 것임을 준엄히 경고하지 않을 수 없다.
시인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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