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김종인, 문재인 대리해 공천학살/정성태

시와 칼럼 2016. 3. 16.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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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역 맡겠다" 이는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문재인 의원과의 전화 통화에서 나눈 대화로 알려지고 있다. 즉,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막후 권력자인 문재인 의원에게 뭔가 내락을 구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이게 도대체 뭘 뜻하는 것일까? 사정인즉, 이해찬 의원은 그간 문재인 의원에게는 적잖이 거북스러운 상대였다. 그런 이해찬 의원 제거를 김종인 대표 자신이 맡겠다는 뜻으로 여겨진다. 이를 문재인 의원이 묵인함으로서 결국 이해찬 의원은 더민주당 간판으로는 총선에 나서기 어렵게 됐다. 문재인 의원이 직접 세운, 그의 대리인 격인 김종인 대표를 통해 시퍼렇게 날선 칼자루를 휘두르게 한 셈이다. 

그야말로 이해찬 의원을 정치적으로 차도살인한 것으로서, 문재인 의원 자신의 손에는 피를 묻히지 않고 전격 단행했다. 정청래, 강동원 의원 등도 결코 만만하게 대하기 어려운 상대인지라 김종인 대표에게 쥐어준 칼자루를 통해 매몰차게 처형한 경우라 하겠다.

그와 동시에 문재인 의원 친위체제는 더욱 공고화됐다. 김경협, 김광진, 김태년, 서영교, 이목희, 이학영, 전해철, 정태호, 진선미, 진성준, 홍영표 제씨 등을 비롯해 문재인 의원이 직접 영입한 정치 신인들 또한 대부분 단수 공천하거나 또는 경선 기회를 줬다. 

그런데 여기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매우 중대한 사실이 있다. 호남 출신 양향자 예비후보는 더민주당에 대해 가장 배타적 정서를 나타내고 있는 광주, 그것도 천정배 의원 지역구로 보냈다. 같은 호남 출신인 김병관 예비후보 또한 더민주당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분당으로 몰아 세웠다.

이는 다시 말해, 문재인 의원 자신이 대하기 껄꺼러운 사람은 공천 학살하고, 그 대신 자신에게 고분고분한 친위대로 재편했다고 보는 게 보다 타당하다. 아울러 영입 인사 가운데 호남 출신은 문재인 의원 홍보용으로만 실컷 이용한 후, 사지나 다름없는 지역으로 내쫒고 말았다. 

이를 보다 면밀히 들여다보면, 부산ㆍ경남당을 향한 문재인 의원의 속내를 고스란히 읽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전두환 체제 국보위 출신 김종인 전 의원을 대표로 앉힌 그의 행보를 통해 야권의 끝없는 보수화 작업 또한 엿볼 수 있게 된다. 거듭 호남이 주도하는 야권 재편의 필요성이 설득력 있게 확인되는 셈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