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호남 여론, '문재인 싫고, 안철수 아니다'/정성태

시와 칼럼 2015. 12. 29.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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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호남지역 여론이 마음 둘 곳 몰라 마냥 서성이며 겉도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를 액면 그대로 표현하자면, '문재인 싫고, 안철수 아니다'로 축약된다. 

거기에는 그럴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 이는 문재인 ㆍ 안철수 두 정치인의 납득 못할 행보에서 비롯된다. 우선 공안탄압 독재정치의 상징으로 자리매김된 이승만 ㆍ 박정희 두 전직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한 사실에 대해 적잖이 불편한 시선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다른 한편 문재인 대표의 호남 홀대에 대한 앙금이 여전히 깊은 상흔으로 남아 있다. 아울러 야당 지도자답지 못한 무기력과 무능, 심지어 어용으로 인식되고 있는 여론이 적잖은 실정이다. 그에 더해 온갖 문제 투성이의 친노 정치인마저 껴안은 채 구태 정치를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는 비난이다.

안철수 의원 또한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그의 부정적 인식이 알려지면서 호남인의 자존감에 치명적 상처를 안겨준 바 있다. 작금 반 문재인 정서에 등떠밀려 일정 부분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으나, 언제 꺼질지 모르는 거품이란 것이 지역 정가의 중론이기도 하다.

사실 호남은 민주화의 최후 보루이자, 야권의 핵심 지지 기반이다. 더 정직하게 말해, 한국사회의 불평등 구조에 따른 모든 문제가 집약된 곳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거니와 또 회피될 수도 없는 명백한 사실이다. 

그만큼의 무게로 호남인의 저변에 흐르는 가파른 역사의식과 시대정신은 한국사회 전체를 관통하며 떠받치고 있는 힘겨운 자양분이 되고 있다. 이마저 잃게 되면 국가적 미래 또한 더욱 힘든 간난의 세월 속에 갇히게 될 것임은 자명한 이치다.

이는 비단 호남의 문제만으로 국한되는 것은 결단코 아니다. 충청 ㆍ 강원 등 영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속앓이가 되고 있기도 하다. 아니할 말로, 경상도 배불리기 위해 호남 ㆍ 충청 ㆍ 강원지역이 겪는 불평등은 가히 살인적이다. 이는 인사 및 예산 편성에 있어서 확연한 사실로 드러난다.

그런데 유감스럽기는, 소위 진보를 참칭하는 이들조차 이에 대해 굳게 입 다물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한겨레 신문,  오마이뉴스 또한 제반 지역차별 문제에 대해 애써 외면하는 듯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읽히고 있다. 참으로 유감스런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 볼 일이다, 진보 혹은 개혁이 무엇이겠는가? 이는 불평등구조를 바로 잡자는 것일 테다. 아울러 우리사회의 모순과 적폐를 혁신하자는 것에 있다. 솔직히 이보다 더 개혁적이고 또 진보적인 의제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바로 그 지점에 극악한 형태로 똬리 틀고 있는 영남 패권주의가 놓여 있다. 그런데도 이에 대해 침묵하거나 또는 저항하지 못하면서 그 어찌 개혁과 진보를 논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영남패권 구조에 암묵적으로 동조하며 그에 기생하는 졸렬한 작태야말로 기만의 극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그래서다, 철학도 정체성도 모호한 문재인 ㆍ 안철수 이들 두 정치인을 현란하게 가공하고 있는 배후 또한  영남패권의 연장선상에 불과하다. 이들이야말로 개혁진보 세력 안에 옮겨 붙은 회색 바이러스에 불과하다. 한국사회의 건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길, 그게 바로 영남패권을 분쇄하는 일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 이 점을 하시라도 잊어서는 아니될 일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