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정동영, 거대양당 향해 정면승부 출격/정성태

시와 칼럼 2015. 3. 30.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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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전 장관이 여의도 ‘대륙으로 가는 길’ 사무실에서 4·29 ‘서울 관악을’ 재보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당초 출마를 않겠다던 방침이었으나, 자신이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속해 있는 국민모임 측 김세균 공동위원장의 끈질긴 출마 종용이 적잖은 압박이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현재의 새정련 모습으로는 새누리당을 상대로 이기기 어려운 선거가 될 수도 있겠다는 일부 여론조사 수치 또한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에 더해 이대로는 안 된다는 우리사회에 폭넓게 형성되고 있는 위기의식과도 맞닿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호남과 수도권 그리고 충청을 축으로 한 야권 지지층 사이에서 날로 거세지고 있는 분명한 목소리가 있다. 바로 새정련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 야당을 반석 위에 굳건히 세워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서민과 사회적 약자가 믿고 기댈 수 있는 야당다운 야당 역할을 해달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요구다. 지금의 문재인 대표 체제로는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의 들러리 구실 외에는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이 전무하다는 거친 아우성이다.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 발표문에 담긴 행간을 통해서도 그러한 여론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음이 잘 드러난다. “힘없고 돈 없는 사람들에게 기댈 곳을 만들어주고 싶지만,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라고 밝힌 점이 우선 그렇다. 아울러 “이 불평등 사회에 노동은 배제됐고 재벌 중심 경제는 강고하고 사회는 황폐화됐다”라고 꼬집고 있다. 특히 “가난하고 힘없는 보통 사람이 뭉치면 정치를 바꿀 수 있다”라고 호소하며 “제가 지난 몇 년 간 땅을 구르며 현장에서 고통 받는 이들과 함께 체득한 진리”라고 강조한 대목이다.

 

그는 이어 “이대로가 좋다는 기득권 정치 세력과,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간의 한판 대결”이 이번 ‘서울 관악을’ 선거라고 규정하며 “야당다운 야당이 없기에 국민모임과 정동영이 승리하면 정치판의 지각변동이 올 것”이라며 역동적으로 진단하고 있다. 그와 함께 “관악구민은 거대 기성정당에게 한 석을 보태주는 선택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땅의 수많은 서민 그리고 약자들과 연대해 반드시 승리하겠다”라며 선거에 임하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문재인 대표의 야권 분열 시비에 대해선 “야권 혁신”이라고 잘라 표현하며 “위대한 시민이 살고 있는 관악구에 몸을 던져 정면승부를 하겠다”라는 말로 문재인 대표를 곧장 겨냥하기도 했다. 덧붙여 “제가 도구가 돼서 국민의 승리를 이끌어내겠다”라며 이번 선거에 대해 기대에 찬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정동영 전 장관의 출마 발표가 끝나기 무섭게 일단의 문재인 의원 지지자로 여겨지는 이들이 여기 저기 휩쓸려 다니며 SNS상에 온갖 막말을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그 가운데는 새누리당 지지자도 일부 포함돼 함께 부추기는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그들의 단말마적 비난은 크게 둘로 나타나고 있다. 야권 분열이라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남이 억울하게 의원직을 빼앗긴 지역에 출마한다라는 괴변이다.

 

그렇다면 스스로의 양심을 향해 따져볼 일이다. 새정련 문재인 의원이 과연 야당 대표가 맞기나 한 것인지 우선 드는 의문이다. 세간에서 나도는 풍문은 이렇다. 즉, 박근혜 정권을 측면 지원하며 새누리당 2중대 노릇하느라 하세월하고 있다는 야권 지지층의 거센 비판 여론이다. 따라서 정동영 전 장관 출마가 야권 분열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결코 온당치 않은 처사다. 오히려 야권 바로 세우기가 훨씬 정직하고 정확한 말이 된다.

 

그리고 ‘관악을’ 지역구가 누구에 의해서 지금과 같이 재선거를 치르게 되었는가? 새누리당과 새정련의 야합에 의해 진보당을 강제 해산시킨 것이 원인이었잖은가? 그런데 왜 엉뚱한 정동영 전 장관을 향해 물고 뜯고 그러는지 도무지 이해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 그리고 그에 야합한 새정련과 문재인 대표를 겨냥해야 타당한 일이 된다.

 

영남 부족주의 세력에 의한 호남 차별이 금도를 넘어선지 오래된 일이다. 그런데 소위 진보를 자칭하는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도 호남만 손해를 감수하라고 윽박지르는 작태는 여전하다. 그러한 뻔뻔함과 억지스러움에 대해서는 도무지 견딜 수가 없게 된다. 그렇다고 그런 그들이 과연 진정한 진보 혹은 민주세력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가? 단언하거니와 그것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느낌을 지울 길이 없다.

 

진보정치? 불평등 해소를 비롯해 많은 의제들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호남 차별을 애써 회피하는 자를 진보주의자로 규정할 수 있을까? 특히 정동영 전 장관의 ‘관악을’ 출마를 놓고 괴이한 수작을 부리는 자들은 더더욱 의심스럽다. 새누리당의 이간질에 그대로 부화뇌동하고 있는 행태가 참으로 딱할 뿐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새누리당과 새정련의 야합에 의해 생긴 ‘관악을’ 선거구다. 그러한데 새정련 후보는 출마해도 되고 국민모임 정동영 전 장관은 출마 불가라는 해괴망측한 말을 어떻게 납득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더더욱 이번 '관악을' 선거는 가짜 정권과 가짜 야당을 동시에 심판하는 역사적 기록이 될 듯하다. 새누리당과 새정련 공히 스스로를 부끄럽게 여길 수 있어야 할 일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