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망명처 텔레그램 현상, 박근혜 정권과 카카오톡의 합작품/정성태

시와 칼럼 2014. 10. 21.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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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텔레그램을 다운로드한 숫자가 300만을 돌파했다는 소식이다. 박근혜 정권의 불법적이고 무차별적인 사이버 감찰에 근본 책임이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와 맞물려 카카오토 측이 검찰에게 자발에 가까운 자료 제출을 하였음이 알려지면서 그간 카카오톡을 사용한 대부분의 사람이 깊은 충격에 빠졌다. 카카오톡 측의 사후 대처 또한 매우 안이한 것으로, 사용자들에게 오히려 불신을 가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만일 텔레그램이라는 대체 수단이 없었다면, 카카오토 측의 오만함이 어떠했을지 능히 미루어 짐작되는 대목이다.

다른 누군가에 의해 자신의 사적 영역이 은밀히 관찰되고 있다면 실로 경악할 일이다. 그것이 정치적 혹은 사상적인 것이든 또는 남녀 사이의 애증 문제가 됐든, 이는 공히 동일한 법칙이 적용된다. 설혹 지극히 사사로운 일상적 언어라 할지라도 매우 불쾌한 일임에는 다른 말이 필요치 않다.

국가 권력이 무슨 권리로 국민 개개인의 사생활을 낱낱히 들여다 볼 수 있단 말인가? 도대체 누가 그러한 만행을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만일 그것이 온당한 것이라고 여긴다면, 먼저 4.16 세월호 집단 학살 당시 박근혜 씨의 사라진 행적 7시간에 대한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아울러 온갖 의문투성이에 휩싸여 있는 관계자들의 통신 내용을 전부 공개하는 것이 옳다. 무엇보다 그들은 범죄 용의자이기에 더욱 그렇다.

박근혜 정권 들어 자행되고 있는 언론 통제와 인권 유린 사태가 주요 외신에 의해 타전되고 있다. 혹자는 이를 두고 유신 시대로의 회귀라고 논하지만, 그러나 달라진 사회상을 반영한다면 유신 시대보다 오히려 혹독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박근혜 정권의 불행한 끝자락을 향한 자기 파멸을 암시하는 것이기도 하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