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문창극을 통해 본 적폐의 현주소/정성태

시와 칼럼 2014. 6. 13.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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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권의 국가 개조 첫 작업이 대표적 극우 인물인 문창극 씨의 국무총리 기용 강행으로 나타나는 듯하다. 극우 코드의 막장까지 치닫고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일본의 식민 침탈 및 남북 분단을 하나님의 뜻이라고 주장했는가 하면, 위안부 문제 또한 이미 끝난 일이라는 등 마치 일본 내 극우 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발언으로 들린다. 거기 미국에 대한 찬양도 잊지 않았다. 남북 문제 또한 매우 적대적인 입장을 취했던 강경 대립론자여서 그에 따른 불안도 가중된다.

한마디로 주체 의식이 전무한 경우라 하겠다. 전형적인 사대주의 근성으로 똘똘 뭉친 열등한 의식의 소유자다. 이런 류에게 국가 개조를 맡기겠다는 박근혜 정권의 속내 또한 극명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들이 말하는 국가 개조 혹은 적폐 해소란 것이, 결국 유신 독재로의 회귀를 뜻하는 것으로 읽히기에 충분하다.

그뿐 아니다. 병석에서 사경에 처해 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을 향해 저주 섞인 막말을 퍼부었다는 것은, 인간적으로 그가 미개한 인격체임을 드러낸 단면이라 하겠다.

이럴 바엔 전관 예우와 관련, 10개월 여만에 23억 원의 수입을 올린 바 있는 안대희 씨가 그나마 나은 인물이었겠다는 판단이다. 아니 차라리 현임 정홍원 총리 유임이 보다 바람직한 일이 될 듯 싶다. 이래서야 어디 국민적 자긍심을 지닐 수 있겠는가?

그리도 인물이 없나? 문창극 총리 지명자도 그렇거니와, 박근혜 정권 내각 구성 면면을 통해 우리 사회의 소위 지도층 그룹이 안고 있는 병폐의 심각성이 어는 정도인지를 거듭 깨닫게 된다. 도대체 이런 류의 구성원으로 어찌 적폐를 해소하겠다는 것인지 깜깜한 생각 앞에 머문다. 적폐의 대상이 되고 있는 세력이 오히려 적폐를 일소하겠다니 그저 실소를 금치 못할 일이다.

일본의 식민 침탈과 관련한 문창극 씨의 과거 발언으로 인해, 벌써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를 대서 특필하고 있다. 주권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자괴감을 지울 길이 없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