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유시민 퇴장과 그 전철 밟는 조국 교수/정성태

시와 칼럼 2013. 2. 20. 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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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의 정치적 경호 실장을 자임했던 유시민 전 의원이 정계은퇴를 전격 선언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남긴 글을 통해 “너무 늦어버리기 전에, 내가 원하는 삶을 찾고 싶어서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납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그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는 불분명하지만, 향후 표리부동한 정치적 행태는 없기를 기대한다.


유시민 전 의원의 정치적 행보를 살펴보면 우리 정당사의 허약함이 그대로 투영된다. 아울러 자신의 역량과는 아랑곳없이, 오직 출세 지향적인 행보를 보였던 개별 정치인의 삶의 족적과 그에 따른 부침이 어떠한 것인지를 아주 명확히 목도하게 된다. 대의를 저버린 채 자신의 잇속만을 쫒는 정치인의 극명한 한계라 하겠다.


그는 지난 2002년 개혁국민당을 창당한다. 다음 해인 2003년, 민주당은  개혁국민당 소속 유시민 후보의 국회 진입을 돕기 위해 자당 후보를 내지 않는다. 그로인해 그의 국회 입성은 별반 어렵지 않게 성공한다. 이후 개혁국민당에 빚만 떠안긴 채 탈당한다. 그리고 17대 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로 국회의원이 된다.


2004년 치러진 17대 총선은 그야말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전 국토를 휩쓸었다. 이를 틈타 열린우리당은 국회 과반 이상 의석을 점하며 제1당에 등극한다. 그러나 참여정부의 친재벌적 정책 노선과 그에 따른 반서민적 행태는 열린우리당의 그것과 맞물리면서 차츰 국민의 싸늘한 시선 가운데 갇히고 만다.


그러한 상황이 날로 지속되면서 참여정부와 열린우리당은 공히 무능의 대명사로 전락되었고, 또 개혁을 좀 먹는 사이비 집단이란 수식어를 달게 된다. 결국 창당 몇 해만에 열린우리당 간판을 떼어내고 민주통합당 간판을 내건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검찰 수사를 받던 도중에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비극적인 사태가 발생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유시민 씨는 국민참여당을 창당한다. 그리고 2010년 경기지사 선거에 후보로 나선다. 민주당은 이번에도 자당 후보를 내지 않고 그에게 양보했으나, 결과는 김문수 씨에게 대패하고 만다. 이후 국민참여당을 데리고 민주노동당과 합당하며 통합진보당 창당의 한 축을 구성하게 된다. 그러나 이도 얼마 가지 않아 통합진보당을 쑥대밭으로 만든 채 탈당한다. 그리고 심상정 의원 등과 함께 진보정의당을 만들어 오늘에 이른다.


여기서 불현듯 의문이 인다. 자신이 주도해서 만들었던 개혁당을 만신창이로 깨부순 채 빚만 남긴 사건은 어찌 처리되었는지 궁금하다. 불과 몇 달 전에 벌어졌던 통합진보당 사태 또한 막대한 빚과 씻기 어려운 상처만 그곳에 떠넘긴 채 그는 유유히 빠져 나왔다. 그렇다면 이에 대한 책임은 또 누가 져야 한단 말인가. 사실은 관련된 빚에 앞서 정치적 도의와 신의에 관한 것을 먼저 묻고 싶다.


며칠 전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삼성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검사 명단을 공개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이 노회찬 의원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이다. 국회의원이 국민의 공익적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아울러 검찰의 빗나간 행태를 바로 잡고자 했던 노력이 죄가 되는 중대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참으로 개탄스런 일이, 그것도 법의 이름으로 자행됐다. 재벌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검사는 멀쩡한데, 이를 바로 잡고자 했던 사람은 의원직을 잃게 되는 참담한 현실 앞에서 낯 뜨거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일이다. 아프리카의 어느 독재 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암울함이 엄습한다.


그런데 여기서 비슷한 심경을 갖게 된다. 바로 조국 교수를 말하고자 함이다. 대법원 선고가 끝나기 무섭게 노회찬 의원 문제에 끼어드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간악한 사람이란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 그 속내와 행태가 지나치게 싸구려로 비취기 때문이다.


기실 삼성 X파일 문제는 지난 노무현 정권 당시에 불거진 일이다. 애초 이를 취재했던 이상호 기자는 노무현 검찰에 의해 법정에 서야 했다. 인구 사이에서 노무현 정권을 일컬어 왜 삼성공화국이라고 명명했었던지, 그에 대한 사실관계를 명백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노회찬 의원 문제도 똑 같은 연결선상에 놓여 있는 것이다.


따라서 조국 교수에게 묻고 싶다. 당시 삼성 X파일이 언론에 보도되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던 와중에 그는 도대체 무슨 역할을 하였던가. 이에 대한 그의 명쾌한 해명이 우선 성립되어야 한다. 그래야 노회찬 의원이 겪는 불행한 문제에 개입하는 그의 언행에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게 된다.


여기서 조국 교수의 지난 대선 무렵의 행태를 돌이켜보고자 한다. 당시 야권의 승리를 그리 어렵지 않게 점칠 수 있는 후보를 온갖 막말을 퍼부어대며 사퇴시킨 점이다. 그와 DNA가 유사한 친노 수장 문재인 씨를 야권 후보로 내세우기 위해 별의별 잡설을 쏟아내던 그의 몹쓸 짓을 생각하면 여전히 기가 막힌다. 


이성이 마비된 채 돌출되는 폭력적 사욕은 그 자신뿐만 아니라, 다수의 이익까지 철저하게 파괴한다. 크고 작은 제반 문제들에 대한 조국 씨의 언행을 떠올리면, 언제부터인지 곧장 유시민 씨가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그 둘이 여러 면에서 상당한 유사점을 지닌 사람으로 평가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조국 교수에서 충고하고자 한다. 노회찬 의원의 불행을 발판 삼아, 자신의 이름값을 올려 보겠다는 그 얄팍함은 버려야 한다. 그것은 노회찬 전 의원을 향한 확인 사살이나 매양 다르지 않다. 그리고 그러한 야비한 짓이 아무렇지 않게 용인된다면, 진보정치의 발전을 기대하기는커녕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막장에 봉착하게 된다. 조국 씨는 이를 자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정성태 : 시인 / 칼럼니스트(E-mail : jst010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