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산마루 저녁 길을
넘어가는 붉은 새
그 색감의 처연한 기억 사이로
누군가 나를 부르는 소리
그대 절창의 마지막 곡조
그러나 내 일찌기 경험하지 못했던
따사로운 전환의 세월을 가노니
절망 끝에서야 길어 올리는
너와 나누는 최후의 추억
붉은 포도주를 볼 때면 느끼던
역사에의 야릇한 적의도
한 시절 가슴 조이며 키우던
애틋한 마음의 고향도
이제 다시는 너를 듣지 않으리란
내 안의 청정한 맹세
그렇다 한들 우주는
그리고 우리의 부질없는 궤적 역시
결단코 유한한 것의 연속이거늘
너와 내가 다르다 하나
피차 서로를 살펴 볼 일인 것이다.
詩 정성태
정성태 시집 "저기 우는 것은 낙엽이 아니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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