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뉴스]

임성진/광우병과 글로벌 자유시장

시와 칼럼 2008. 6. 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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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과 글로벌자유시장


                                                     임 성 진(전주대 사회과학부 교수)

2008년 5월과 6월은 이 땅에 또다시 민주화의 진정한 의미와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있다. 10대들에 의해 불붙여진 쇠고기졸속협상반대 촛불집회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전 연령층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사상 초유의 시민불복종운동으로 발전했다. 새로운 형태의 자발적 참여민주주의에 세계인들도 놀라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국민의 80%이상이 반대하고 연일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구호를 외치는데도 정부는 장관고시를 강행하며 지금껏 일방적인 대응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마치 건설회사가 철거민을 몰아내고 고층아파트를 지으며 쌓았던 노하우를 진압경찰을 동원해 이번엔 국민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듯하다.

한미쇠고기협상 타결 후 정부는 줄곧 수입될 미국산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해 왔다. 그러나 이 주장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알아차리는 데는 광우병에 대한 약간의 지식만으로도 충분하다. 올바른 정보를 쉽게 습득할 수 있는 발달된 정보통신망 덕에 국민들은 정부의 수습책만으로는 광우병의 위험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광우병은 현행 축산시스템의 구조적 문제

광우병의 진정한 위험성은 식용 쇠고기부위로부터 광우병위험물질이 제대로 제거되어 있느냐 있지 않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축산업 시스템의 구조자체에 있다. 싼 가격에 더 많은 육류를 공급하기위해 공장형 축산이 도입되고 여기에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인위적 사육이 이루어진다. 마구잡이식으로 성장호르몬이 투여되는가 하면, 더 살찐 고기를 얻기 위해 동물성 사료까지 동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가축부산물을 이용하는 랜더링(rendering)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도축장에서 버려지는 각종 소의 부산물은 통속에 모아져 분쇄된 다음 섭씨 135도에서 끓여진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여기서 지방이 떠오르는데, 이것은 화장품 등의 원료로 사용된다.

기름으로 쓰고 남은 부분은 다시 건조하여 가루로 만든 다음 공장형축사에서 키우는 가축들의 사료에 섞는다. 싸고 동물성단백질이 풍부한 이 육골분을 초식동물인 소가 먹게 됨으로서 소는 졸지에 자신의 종족을 먹는 식우(牛)종이 되어 버린다. 이렇게 광우병의 비극은 시작된다.

그런데 부산물이 모이는 그 통속에는 도축된 소의 부산물뿐만 아니라 음식점에서 쓰고 남은 기름, 팔다 남아 유통기간이 지난 고기, 그리고 안락사하거나 차에 깔려 죽은 동물사체도 들어간다. 그 외에도 닭사육장 바닥에 모인 배설물과 깃털까지도 재료로 사용된다. 이러다 보니 부산물에 들어있는 각종 균과 호르몬, 항생제, 살충제 성분도 사료를 통해 가축과 사람에게까지 전달된다.

축산시스템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시장시스템

이처럼 광우병 재앙의 원인이 명확한데도 위험한 생산은 계속되고 판매시장도 세계로 확대되어가는 위험천만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그것은 축산시스템보다도 더 본질적인 지구촌 시장시스템에 원인이 있다. 쇠고기졸속협상의 배후에도 실제로는 한미FTA라는 시장자유주의 시스템이 놓여있다.

전지구적 차원에서 급격하게 확대되고 있는 자유무역은 자연에 대한 과도한 착취와 급증하는 물질 이동을 수반한다. 이러한 글로벌자유무역의 중심에는 국가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초국적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의 판매량은 무려 세계무역의 2/3를 차지하며 단지 500개의 초국적기업이 세계무역의 70%를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개별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부가 국가들의 부를 합한 것보다도 크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는 기업의 이해관계가 국제관계에서 우선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관점에서 볼 때는 환경과 시민의 건강, 자원의 지속가능한 이용 등을 보장하기 위한 법과 민주주의는 자유무역의 규정에 따라 제거되어야 마땅한 장애요소로 여겨질 뿐이다. 실례로 WTO가 생산방식을 기초로 한 수입의 차별화를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GMO와 비GMO 농산물, 아동노동과 정상적 노동의 생산물, 그리고 동물학대나 호르몬투여를 통해 생산된 육류와 정상적인 성장을 통한 축산물을 무역거래 시에 서로 다르게 취급하기 어렵다.

초국적기업이 지배하는 글로벌 자유시장의 맹신은 위험

1989년 EU는 축사에서 성장호르몬을 투여한 소의 역내시장유통을 금지시키면서 동시에 호르몬으로 범벅이 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국민의 건강권보호를 근거로 금지했었다. 그러자 미국은 WTO에 제소를 했고 시장자유주의의 수호자인 WTO는 미국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지만 EU의 거부와 잇따른 미국의 제소가 이어지면서 유럽과 미국 간의 쇠고기분쟁은 지금까지도 진행 중이다.

EU의 사례는 격화되는 글로벌자유시장체제에 깊이 관여하면 할수록 보장해야할 기본권보호와 장기적 지속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준비가 필요함을 잘 보여준다. 이명박정부는 민영화와 규제완화를 통한 자유시장체제의 극대화만이 경제를 살리는 길인 양 이를 밀고 나가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의 맹목적인 과신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 우리는 지난 외환위기를 통해서 충분히 경험한 바 있다. 이번 쇠고기문제를 계기로 질적인 경쟁력확보가 자유시장과 세계화에 대한 올바른 대응책임을 인지하기 바란다.

글쓴이 / 임성진
· 전주대학교 사회과학부 부교수(환경·에너지정책)
· 전주대 환경·에너지정책연구소 소장
· 제8기 국가과학기술자문위원
· 전 베를린 자유대학교 환경정책연구소(FFU) 연구원
· 저서 : 『Least-Cost Planning als Losungsansatz klimabezogener Energiepolitik』,『물문제의 성찰』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