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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만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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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18대 총선에 나타난 특징 중에서 무엇보다 주목할 부분은 46%에 불과한 저조한 투표율이었다.
몇 개월 전 치렀던 17대 대선 투표율이 63.0%였고, 4년 전의 17대 총선 때는 60.6%였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역대 최저일 뿐만 아니라, 이전 투표에 비해서도 아주 급격히 추락한 것이다. 선거에 대한 무관심을 넘어, 대의민주주의의 중심 기제로서 기능이 실종된 우리의 정당정치자체에 대한 불신과 불만의 표출이다.
투표율만으로 보자면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도 50% 미만의 낮은 투표율이 종종 나타나고, 대의정치 위기 논란이 제기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민주화 이후 점차 낮아지는 투표율을 두고 우려가 있어 왔다. 사실 지난 12월의 대선에서도 상당히 심각한 대표성의 위기 징후가 있었다. 이명박 현 대통령이 2위와 압도적인 표차이로 당선되었지만, 투표율을 감안하면 실제 유권자의 30% 정도의 지지에 불과했다.
민주화 이후 최소 지지를 받아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다. 참여정부 심판론 속에서 참패했던 정동영 후보에 대한 지지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우리의 정당정치 환경이 더욱 악화된 가운데 18대 총선이 치러졌다. 한나라당 소속의 박근혜 후보와 당 밖에 친박연대가 공존하는 참 이상한 상황도 연출됐다. 대선 때에 비해 한나라당에 대한 여론이 좋아질 만한 게 거의 없었다. 경제를 내걸고 집권한 이명박 정부 들어 경제는 더욱 불안한 상황이다. 대선 때의 대표공약이었던 ‘대운하건설’에 대해서는 국민의 절대 다수가 반대하고 있다.
‘고소영 내각’ '특권층 정권‘ 집권 2-3개월 동안 국민의 불만거리만 만들어 왔다. 국민 지지가 이탈하는 것은 자명했다. 그래도 한나라당은 이번 총선에서 과반수를 차지했고, 범 한나라당 진영으로 보면 원내 2/3 이상이다. 한나라당 진영의 이탈표가 야당으로 간 것이 아니라 대부분 기권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3개월 반전의 대선째보다 투표율이 무려 17%나 추락한 것이다.
여당이 싫으면 야당이 대안이 되어야 할 것인데, 야당은 아예 실종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경쟁적인 정당체제가 붕괴된 것이다.
제1 야당 통합민주당은 외부 공심위원이 당 공천을 주도하면서 주목받는 것처럼 보였지만, 오히려 당의 정체성이 실종되고 조직 구심점은 무기력하게 됐다. 당의 공동대표들은 당의 전망을 포기했는지 당초부터 그랬는지, 막판 비례대표 공천에서는 상식을 초월한 나눠먹기로 사리를 챙겼다
한나라당의 1당 독주를 막아달라는 것이 통합민주당의 대표적인 선거캠페인이었으나, 독주를 견제하겠다는 세력에 대한 신뢰가 없는 상태에서 그것은 공허한 구호였다. 오히려 1당 독주체제를 만든 책임이 통합민주당 자신에 있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거대정당들에 대한 실망은 틈새시장을 노려왔던 진보진영에게는 결정적인 호기였지만, 진보세력 또한 분열 후유증으로 국민의 지지는 더 축소됐다.
결국 한국 정당정치에 대한 총체적인 실망이 46% 투표율의 위기를 부른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대안세력이 되지 못하고 경쟁적 정당체제를 붕괴시킨 야당의 책임은 크다. 투표 참여를 독려하기 이전에 한국 정당정치의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한국정치 위기 극복을 위한 우선적인 해결과제이다.
김만흠(CBS 객원해설위원/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