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뉴스]

법정스님 “대운하 구상은 망령”

시와 칼럼 2008. 4. 20.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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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관땐 범죄자”…‘뉴타운 현혹’ 총선엔 ”국민 기만”
한겨레
» 법정(76) 스님
불교계 원로이자 대표적인 논객인 법정(76) 스님은 20일 “이명박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구상은 망령된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법정 스님은 이날 오전 서울 성북동 길상사에서 5개월 만에 대중법회를 하기 전 <한겨레>와 만나 “옛말에 일각수(一角獸), 즉 ‘뿔 하나 달린 짐승’이 온 세상을 파헤친다는 말이 나오는데, 이제 보니 포클레인이 아니냐”며 “정치인 몇몇이 신성한 국토를 자기 생각대로 파헤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삼면이 바다이고, 고속철도와 고속도로가 있는 우리나라에서 운하는 타당하지 않고, 미국과 유럽도 물류기능을 철도 쪽으로 옮겨갈 만큼 운하는 세계적으로도 사양화하고 있다”며 “운하 건설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오직 땅값 오르기를 바라는 투기꾼들과 일부 건설업자들뿐”이라고 지적했다.

 

법정 스님은 이어 “만약 운하 건설을 우리가 지켜보고만 있다면 우리는 이 정권과 함께 씻을 수 없는 범죄자가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지난 4·9 총선 결과에 대해 “한나라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이렇다 할 소득도 없이 구호만 요란한 노무현 정권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뉴타운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속여서 근소한 차이로 이긴 것도 국민을 기만한 비열한 처사”라고 꼬집었다.

 

법정 스님은 최근의 티베트 사태에 대해선 “우리나라도 식민지 지배를 받았기에 남의 고통을 이해하고 나눌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나라는 중국에 종속된 것도 아닌데도, 물건 좀 팔아먹기 위해서 달라이라마에게 비자를 발급해 주지 않는 유일한 나라일 만큼 너무 중국 눈치를 살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500여명의 대중을 상대로 한 정기 법문에서 “지난 연말 몸이 아프면서 구토와 천식으로 먹지 못해 체중이 50㎏도 나가지 않을 만큼 앓으면서 모든 사람과 모든 사물에 더욱 고마움을 느끼게 됐다”며 “우리에게 내일은 기약할 수 없으므로 오늘 하루하루 마음을 활짝 열어 후회 없이 기쁘고 즐겁게 살아가자”고 말했다. 법정 스님은 그동안 봄·가을 정기 법문을 해왔으나, 병을 앓아 6개월 만에 길상사에서 대중들 앞에 모습을 나타냈다.



글·사진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