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뉴스]

김대중 前대통령 부산대 초청 강연/21세기와 우리 민족의 미래

시와 칼럼 2006. 9. 21.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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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前대통령 부산대학교 초청 강연 (2006.9.15)]                       


 

21세기와 우리 민족의 미래


 

  존경하는 김인세 총장, 교수, 학생 여러분! 그리고 10.16 민주항쟁 기념사업회 관계자 여러분!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저를 오늘 이러한 영광스러운 자리에 초청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저의 말씀이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부산대학교는 부마항쟁의 발상지로서 유신독재 종말의 계기를 만든 영웅적 쾌거의 현장입니다. 국민이 영원히 기억하는 대학입니다. 부산대가 10.16 항쟁을 선도하자 반독재 민주회복 운동은 요원의 불길 같이 부산, 마산 일대를 휩쓸었습니다. 서울대학교, 전남대학교, 계명대학교 등 전국의 대학에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10월 26일에는 유신독재의 종말이 왔습니다.


 

  해방 이후 우리는 긴 독재의 질곡 속에 시달려 왔습니다. 그러나 이승만 독재도, 박정희 독재도, 전두환 독재도 모두 학생과 노동자, 정치인, 시민이 하나가 되어 종식시켰습니다. 이제 이 나라 민주주의는 반석의 기반 위에 서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강자도, 어떠한 장군도 이 나라에서 독재의 재현을 꿈꿀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금 한국의 민주주의는 경제발전과 더불어 세계로부터 2차 대전 이후 독립한 국가의 모범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는 21세기를 맞이하였습니다. 21세기는 과연 어떠한 세기라고 이해해야 되겠습니까?


 

  첫째, 21세기는 인류 역사상 최대의 격변기로서 지식정보화의 시대입니다. 인류는 탄생 이래 수십만 년 동안 채집과 수렵생활의 시대를 거쳤습니다. 그러다가 지금부터 약 1만년 전부터 주로 나일강, 티그리스-유프라테스강, 인더스강, 황하 등 하천 주변에서 농업을 시작하였습니다. 농경사회는 정착생활을 가져왔고, 도시국가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리하여 초기의 행정과 안보체제 등이 갖추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이후 18세기 중엽부터 산업사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산업사회의 특징은 사람을 대신하여 기계가 많은 일을 해 내는 시대라는 것이었습니다. 산업사회는 산업시설을 세우고 운영할 수 있는 자본과 토지와 자원 등 눈에 보이는 물질이 경제의 핵심요소였습니다.


 

  그러다가 20세기 말부터 지식정보화 시대가 열리기 시작하고, 지금 우리는 그러한 시대가 초고속으로 줄달음치는 가운데 살고 있습니다. 21세기는 눈에 보이는 물질보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적 능력과 문화적 창의력이 경제의 핵심이 될 것입니다. 산업사회와 같이 집단적이고 평준화되는 인물이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개개인이 뛰어난 지적 창의력을 발휘하는 그러한 인재가 세계를 끌고 가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육체노동자보다는 지식노동자가 경제의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둘째, 21세기는 세계화의 시대입니다. 세계화 시대는 세계적 규모의 정보, 상품, 문화, 교통 등이 오고가는 시대이며, 사람의 왕래도 급격히 증가해 가는 시대입니다. 민족주의는 세계주의로 변화할 것이고, 인종의 차별, 문화의 차별도 크게 희석되어갈 것입니다. 아시아도, 유럽도, 미주도, 아프리카도 모두 하나의 세계 속에 통합되고 교류하고 갈등하고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인류는 하나의 세계 속에 평화롭고 번창한 가운데 함께 살아나가는 지혜를 발견해 내야 할 것입니다.


 

  그러한 세계화의 과도기 현상으로 지역경제체제가 탄생하고 있습니다. EU, NAFTA가 그런 것입니다. 동아시아 지역도 작년에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를 계기로 동아시아 블록의 형성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나는 대통령으로 재임 중 1998년 베트남에서 열린 ASEAN+한중일 정상회의에서 동아시아 블록의 구성을 제창하여 지지를 받은 바 있습니다.


 

  셋째, 21세기에는 아시아의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많은 미래학자들이 내다보고 있습니다. 아시아의 시대는 새삼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서구 세력이 제국주의적 침략으로 아시아를 지배하기 이전인 1820년 당시 중국과 인도는 세계의 가장 큰 경제적 강자였습니다. 중국은 세계 GDP의 27%를 차지하고 인도는 14%를 차지했습니다. 반면에 영국은 5%, 미국은 1%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앞세운 서구사회는 제국주의적 침략과 더불어 급속히 세계를 지배하는 강자로 군림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아시아는 전 세계 인구의 60%, GDP의 24%를 차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의 성장 속도에 있어서 서구사회를 압도하면서 급속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아시아의 시대가 오고 있는 것입니다.


 

  넷째, 21세기는 아시아와 더불어 아프리카가 일어나는 세기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아시아에 이어서 1960년대에 전면적인 독립을 이룩했습니다. 아직도 빈곤과 질병에 시달리고 여기저기 내전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희망적인 상황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지금 아프리카는 민주화와 산업화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케냐 등 나라들이 민주주의를 채택하고 있고, 알제리, 앙골라 등 상당수의 나라가 연 4% 내지 5%의 GDP 성장률을 보이고 있습니다. 천만 명에 달하는 아프리카인들이 유럽대륙으로 건너가서 취업을 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는 석유, 다이아몬드, 우라늄, 기타 각종 천연자원이 풍부하게 널려있습니다. 희망의 여지가 많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도와서 우리와 더불어 21세기에서 자유와 번영과 복지를 누리도록 협력해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다섯째, 21세기는 민주주의가 세계적으로 예외 없이 보편화되는 시대가 될 것입니다. 20세기 후반에 아시아의 한국, 필리핀, 일본 등에서 민주주의가 실현되기 시작해서 이제 아시아의 다수가 민주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몽골이나 네팔까지 민주화가 되고 있습니다. 소련과 동구라파 나라들이 민주화되었습니다. 이미 말한 대로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에서도 민주화가 싹트고 있습니다. 중남미도 만성적인 군부독재가 사라지고 민주화가 착실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공산국가도 과거에 비하면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 민주화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개혁 개방으로 들어간 공산국가는 경제가 급속히 발전합니다. 경제가 발전하면 중산층이 생깁니다. 중산층이 생기면 민주화로 들어가야 합니다.


 

  과거 산업혁명 후 영국에서는 새로 부상한 중산층의 요구에 따라 그들을 정치에 참여시킴으로써 영국의 민주주의는 평화적으로 원만하게 이룩되었습니다. 그러나 중산층의 요구를 배제한 프랑스는 프랑스 대혁명이란 중산층의 폭동이 일어나서 왕과 귀족들이 몰살되었습니다. 그리고 민주화가 되었습니다. 아시아의 공산국가들도 이러한 역사에서 교훈을 배울 것입니다. 실제로 지금 중국에서는 과거에 비하면 어느 정도 민주적 진전을 보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헌법보다도 더 중요한 공산당 당헌에 ‘3개 대표론’이 자리 잡았습니다. 과거에는 노농계급 하나만이 공산당원이 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지식인과 기업인도 공산당원이 될 수 있습니다. 지식인과 기업인은 중산층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21세기 중반까지 세계는 정치적, 사회적 민주주의가 확고하게 뿌리 내릴 것이라고 전망됩니다. 다만, 아시아 민주주의의 앞날에 걱정되는 것은 아시아에서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격화되는 것이고, 일본이 급격히 우경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문제를 주목하고 해결하는 데 관심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21세기가 평화적이고 번영된 세기라는 거시적인 전망은 낙관적으로 볼 수 있다 해도 우리가 그러한 종착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평화를 확립해야 합니다.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테러분자를 색출,제거하는 동시에, 그 이상으로 테러의 원천이 되는 문명간의 적대적 갈등을 대화와 협력을 통해서 해소해야 합니다. 또한 테러분자가 발생하고 은닉하고 활동할 수 있는 최대의 거점이 되는 빈곤과 질병을 퇴치해야 합니다. 이 문제의 해결 없이는 결코 안정이나 평화가 있을 수 없습니다. 21세기 운명은 문명간, 종교간, 민족간의 화해와 협력이 이루어지고 절망과 분노 속에 몸부림치는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느냐에 의해서 크게 좌우될 것입니다.


 

  다음에는 21세기 우리 민족의 미래에 대해서 몇 말씀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우리 민족은 세계의 선두 대열에 서서 우리 민족의 영광은 물론 21세기의 세계 역사 발전에 크게 공헌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미 말한 바와 같이 21세기는 지식정보화의 시대입니다. 지적 전통이 탁월하고, 교육 수준이 높고, 문화적 창의력이 넘치는 우리 민족은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 가장 알맞은 자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21세기를 주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첫째로는 분단된 국토를 다시 통일하는 노력을 착실히 해나가야 합니다. 국토의 분단 상태가 계속되는 것은 한국전쟁의 재판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합니다. 또 한 번 전쟁을 한다면 핵무기까지 동원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 민족은 문자 그대로 전멸하게 될 것입니다. 좁은 국토와 한정된 인적, 물적 자원을 가지고 지금과 같은 막대한 군사력을 보유하면서 천문학적인 국방비를 앞으로도 계속 써나간다면 우리는 세계적 경쟁에서 뒤처지고 말 것입니다. 지금의 북한 같이 말입니다.

  우리는 베트남식의 무력통일도 배제하고 독일식의 흡수통일도 배제해야 합니다. 그리고 평화통일의 길을 가야 합니다. 통일의 3대 원칙 즉 평화공존, 평화교류, 평화통일을 지켜나가야 합니다. 구체적 방법으로는 3단계의 통일방식을 추진해야 합니다. 즉 제1단계 남북연합, 제2단계 남북연방, 제3단계 완전통일입니다. 남북연합은 1민족 2체제 2독립정부로서, 이 단계에서는 사실상의 독립국가 간의 긴밀한 협력 체제를 유지하면서 화해 협력과 동질성 회복을 이룩해야 합니다. 그리고 북한의 경제적 자립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남북연방은 1국가 1체제 2지방자치정부로서 외교와 국방을 중앙정부가 장악하고 내정은 주로 남북 양 자치정부가 관장하도록 맡기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완전한 화해와 협력, 그리고 동질성 회복과 북한의 경제적 자립이 이루어지면 그 다음에 제3단계의 완전통일로 들어갈 것입니다. 여기까지 가는 데는 10년이 걸릴 수도 있고 20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우리는 절대로 문제를 무력을 통해서 해결하려 해서는 안 됩니다.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야 합니다.


 

  둘째, 21세기의 한민족 국가는 통일 전이건 통일 후이건 민주주의를 확고히 지켜나가야겠습니다. 민주주의는 자유와 번영과 행복의 근원입니다. 안보에도, 통일에도, 세계 속의 지도국가가 되기 위해서도 민주주의는 필수불가결합니다. 민주주의가 없으면 미래가 없습니다. 우리는 수많은 독재를 우리의 헌신과 희생으로 극복한 위대한 국민입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됩니다. 21세기에 우리가 민주주의를 지금보다 더욱 굳건하게 발전시켜 나가면 모든 분야에서 한국은 창창한 미래를 바라볼 것입니다.


 

  셋째, 21세기 한국은 생산적 복지 국가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노령화를 넘어 노령사회가 임박하고 있습니다. 어린이의 육아와 청소년의 교육에 엄청난 재원이 필요합니다. 빈곤층과 장애인 등 소외된 계층에 대한 따뜻한 손길이 두루 미쳐가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언제까지나 그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할 수 없습니다. 적극적인 보살핌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사회보장에 사용할 우리의 재원은 한계가 있습니다. 정부는 자기 힘으로 살아갈 능력이 없는 노약자나 중증 장애인 등에 대해서는 적극적이고 적절한 구호활동을 베풀어야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노동력이 있는 사람을 21세기 지식정보화 시대에 알맞게 교육시켜 쉽게 직장을 얻고 더 많은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으로 만들어 내야합니다. 이렇게 함으로써 사회보장을 위한 지출을 절약하고 자활능력이 있는 지식 노동자를 많이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생산적 복지에 대해서 전 국민이 공감대를 이루고 21세기의 행복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넷째, 21세기의 한국은 문화강국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오늘날 일본, 중국 등 세계 각지로 퍼져나가는 한류시대를 경험하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 민족은 중국으로부터 유교, 불교 등 고급문화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주변국처럼 중국에 동화되지 않고 이것을 우리 것으로 재창조했습니다. 만주족이 청나라를 세워 중원천지를 270년 동안 지배하고 난 후 흔적도 없이 중국 민족에 동화된 것을 보았습니다. 이를 보면 우리 민족의 문화적 저력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는 봉건적 세습제도가 아닌 과거에 의해서 인재를 등용했기 때문에 교육이 놀랄 만큼 발달했습니다. 그리고 현대에 와서 우리 민족은 자기의 희생과 노력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하여 지적 창의의 자유를 보장하는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하룻밤 사이에 1억 5천만 명의 중국 사람이 우리의 드라마를 보고, 일본에서는 한류의 붐이 일어나게 만들었습니다. 문화가 강해야 세계로부터 선망과 존경을 받습니다. 좋은 이미지가 퍼져나갑니다. 한국 상품이 더 잘 팔리고 문화산업과 관광산업이 더욱 융성해 집니다. 문화는 부의 원천인 것입니다.


 

  다섯째, 21세기 한국은 교육에서 성공하는 나라가 되어야 합니다. 20세기 산업사회 시대에는 평준화가 중요시되고 평균적 인재가 경제발전에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뛰어난 창의력이 요구되는 21세기는 영재교육이 매우 필요한 시대입니다. 우리는 소수의 영재교육을 위해서 다수에게 희생을 요구해서는 안 되지만, 다수를 위한 평준화라는 이름으로 소수의 발전을 가로막아서도 안 됩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교육에 달렸다고 할 수 있고, 교육의 성공 여부는 성공적인 평준화 교육과 성공적인 영재교육의 조화를 어떻게 이루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국민의 지혜와 합의가 교육만큼 요구되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교육에 성공하면 인재양성에 성공하고 인재양성에 성공하면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데 성공할 것입니다.


 

  여섯째, 21세기에는 튼튼한 안보태세를 갖추면서 평화를 위해서 전력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한미동맹은 북한의 전쟁 도발과 주변 강대국의 야망을 억지하는데 결정적인 요소입니다. 우리는 이것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야 합니다. 한미동맹은 또한 미국의 동북아시아의 이익을 위해서 그들에게도 중요합니다. 나는 앞으로도 한미동맹 관계는 굳건히 유지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반도 안보태세를 후방에서 뒷받침하는 일본의 존재도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한미일 공조도 필요합니다. 그와 동시에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도 확고하고 양호하게 발전시켜 나가야 합니다.


 

  나는 1971년 대통령 선거 출마 당시 ‘미일중소 4대국 한반도 평화보장론’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오늘의 6자회담은 그 4대국에 남북을 합친 것입니다. 미국 예일대학의 폴 케네디 교수는 “한국은 미일중러 4마리l 코끼리 사이에 둘러싸여 있는 작은 코끼리다. 한국의 운명은 이 4대국의 코끼리 다리 사이를 어떻게 잘 헤쳐 나가느냐에 달려 있다”는 의미의 말을 한 일이 있습니다. 이것은 저의 ‘4대국 평화보장론’과 일맥상통한다고 봅니다. 우리는 6자회담을 성공시키고 그 이후에 이를 상설화해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평화에 주축이 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존경하는 여러분!


 

  마지막으로 당면한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지금 심각한 위기국면에 도달해 있는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문제에 대해서 우리는 이것을 반드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합니다. 우리는 북한 핵을 단호히 반대하고, 북한의 미사일 모라토리엄 약속이 앞으로 계속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도 북한이 안심하고 핵을 포기하고 미사일 발사를 유예할 수 있도록 그 대가를 보장해야 합니다.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고 북한과 외교 관계를 열면서 경제제재를 해제해 주어야 합니다.


 

  북한의 위조지폐 문제에 대해서는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서 이를 당분간 보류하든지, 아니면 그 증거를 명확히 제시해서 북한으로 하여금 조속하고 완전한 시정조치를 취하게 하든지 해서 위폐문제가 더 이상 6자회담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처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미국의 클린턴 정부 때 북미관계가 거의 해결 단계까지 갔던 것이 오늘날과 같이 악화된 데에 대해서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퇴임 후에 나를 찾아온 클린턴 전대통령은 “1년만 더 대통령의 자리에 있었으면 햇볕정책의 틀 속에서 한반도 문제가 완전히 해결될 것이었는데 참으로 아쉽다”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너무도 가슴이 아팠습니다.


 

  최근 미국의 가장 탁월한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돈 오버도퍼 교수와 도날드 그레그 전 대사가 <워싱턴 포스트>지에 공동으로 기고한 글을 읽었습니다. 그 기고문에서 그들은 “북한 핵문제의 성공비결은 북미간 협상뿐이다. 또 다른 대북제재는 한반도를 긴장상태로 가져갈 것이다. 금융제재 등 새로운 대북제재도 60년 동안 계속되어온 북한체제를 붕괴시키거나 군사적 도발을 긍정적으로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썼습니다. 나는 이 기고문에 마음으로부터 공감합니다. 그리고 미국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을 바라고 미국 국민이 이에 크게 공감할 것을 기대합니다. 


 

  사랑하는 젊은 학생 여러분!


 

  마지막으로 여러분께 몇 마디 권고의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여러분은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지십시오. 원칙에 충실하되 방법에도 능숙해야 합니다.


 

  자기 양심에 충실하게 살고, 이웃을 위하고, 이웃에 봉사하는 인생을 사십시오. 그러면 부자가 되지 못해도, 장관이 되지 못해도, 장수를 누리지 못해도 자기 인생의 삶에 만족하는 성공하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모든 사람이 인생의 사업에서 성공하지는 못해도, 인생의 삶에서 성공할 수는 있습니다.


 

  남북간의 평화적 공존, 평화적 교류, 평화적 통일의 과정 없이는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도 없습니다. ‘철의 실크로드’가 유라시아 대륙을 가로질러 발전해 나가는 우리 민족의 ‘압록강의 기적’의 시대도 멀지않았습니다. 여러분은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서 깊은 관심과 넘치는 희망을 가지고 책임 있는 민족의 한 사람으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다하십시오.


 

  이미 말한 대로 지금은 세계화 시대입니다. 세계화 시대는 세계를 알아야 하고, 세계와 같이 살아야 하고, 세계와 협력해야 합니다. 우리도 세계로 나아가는 동시에 세계를 우리 안에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러분 모두 세계인이 되어야 합니다. 영국은 조그마한 섬나라였지만 세계 속으로 뻗어 나가서 대영제국을 건설했습니다. 우리도 그렇게 할 때 세계의 선두국가가 될 것입니다. 지식민족, 문화민족, 교육민족인 우리 민족은 단군 이래 5천년의 역사 동안 지금과 같이 큰 기회를 만난 때가 없었습니다. 여러분의 전도는 창창합니다. 성공하는 국민이 되십시오. 성공하는 민족의 일원이 되십시오. 그리고 성공하는 세계인이 되십시오. 나는 그것을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