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6·3 사태 통해 소환되는 4·19 혁명... 조짐이 심상치 않다

시와 칼럼 2026. 6. 12. 04:38

헌법은 국가 공동체에 있어서 가장 숭고한 국민적 합의이며, 동시에 최고의 법적 규율을 지닌 구성원 사이의 계약이다.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는 권력의 독점이 아닌, 국민 주권 실현과 민주주의의 수호에 있다. 이는 헌법 제1조 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②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를 통해 보다 극명하게 수렴된다.

6·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도저히 믿기 어려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도 심상치 않게 요동친다. 특히 2030 청년층 사이에서 번지고 있는 저항의 함성이 뜨겁다. 대학가 이곳저곳에 연이어 대자보가 내걸리고, 심지어 10대 고교생들까지 광장에 나와 목소리를 내는 경우가 차츰 늘고 있는 추세에 놓였다.

애초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서울 송파 11곳, 강남 2곳 등 14개 투표소에서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불과 며칠 만에 그 규모는 전국 140곳으로 불어났다. 그로인해 투표가 중단돼 발길을 돌리거나, 또는 장시간 대기한 후에 투표를 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지게 됐다. 그것도 헌법기관임을 내세워 치외법권으로 군림하던 선관위에 의해서다.

그런가하면 충남과 충북에서는 선거인명부 누락 사고도 있었다. 멀쩡한 다수 유권자가 뭉텅이로 사라져버린 것과 매양 다르지 않게 된 셈이다. 개표 결과가 전산에 잘못 입력되는 일도 있었다. 국민의 신성한 참정권이 제멋대로 능욕당한 참담한 사고가 아닐 수 없다. 선관위 직원들의 나사가 풀려도 너무 헐겁게 풀려 있었음을 단적으로 웅변하는 싶듯다.

인천 일부를 비롯한 전국의 몇몇 지역에서는 사전투표 결과가 마치 짜 맞추기라도 한 듯 동일하게 나타나기도 했다. 선관위는 "우연의 일치"라고 말하고 있으나, 수학적으로 로또복권 당첨될 확률보다 더 비좁다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같은 날 치러진 선거에서 우연의 일치가 여러곳에서 동시에 생겨나는 참으로 기묘한 일임에 분명하다.

또 다른 괴이한 문제도 있다. 법원이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있었던 서울 송파구 잠실7동 제2투표소에 대한 현장 증거보전에 나섰으나 검증물인 '투표용지 인쇄매수 1900매, 박스 1개 중 1번'이라고 겉면에 적혀 있던 보관상자 등이 검증 장소에서 사라져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점이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그것이 어디 갔는지 모르는 상태"라는 무책임한 답변을 내놨다.

끝까지 분개할 수밖에 없는 지점은 또 있다. 유례없는 투표지 부족 참사에 대한 청년들의 정당한 항의를 공권력을 동원해 폭력으로 진압하고, 아울러 선관위는 독단적으로 개표를 강행하기도 했다. 지독한 독재 국가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국민의 주권 침탈과 상식적 요구가 무참하게 짓밟히는 헌정 유린의 치욕스러운 현장이라 아니할 수 없다.

선관위의 조직 이기주의와 총체적 무능 그리고 도덕적 해이는 비단 이번 사태로만 국한되지 않는다. 그간 선거를 앞두고 평소보다 많은 직원이 휴가를 떠나는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계속됐다. 특히 "우리는 한식구"라는 식의 채용비리 문제는 국민 모두를 경악의 도가니로 밀어넣었다. 이번에도 대충 넘기려 한다면, 그 화살은 청와대와 민주당을 정조준할 수밖에 없다.

이제라도 무풍지대로 남겨진 선관위를 근본적으로 뜯어 고쳐야 한다. 그 절대적 과제가 국민 모두에게 남겨졌다. 이번 사태에 대한 고의나 중과실 여부 등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그에 따른 책임자 처벌은 물론이고, 해체 수준의 선관위 혁신이 요구된다. 국민적 견제와 감시장치 강화없이는 유사한 참사가 언제든 재연될 수 있는 까닭이다.

주지하듯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가 4·19 혁명의 기폭제가 되었다. 작금 선관위의 그 어떠한 변명과 말잔치도 더는 정당화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이 주권자로서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이자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국민적 기본권인 참정권이 박탈당한 참사 앞에서 국정조사와 특검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명확하게 짚지 않을 수 없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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