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 선거기간 60일 동안 거리와 광장, SNS 등에서 펼쳐진 응원전 열기는 사뭇 뜨거웠다. 이제 막이 내리고, 관객은 모두 일상을 되찾았다. 선거에 나선 후보들도 절박한 심정으로 임했을 듯싶다. 특히 숱한 범죄 혐의로 여러 재판을 받고 있던 이재명 후보로서는 더욱 그러했으리라 여긴다.
전국 최종 투표율은 79.4%를 기록했다. 비교적 높은 수치에 해당된다. 그만큼 서로 다른 관점에 따른 국민적 관심도가 크고 깊었음을 웅변한다. 결과는 이재명 후보 49.42%, 김문수 후보 41.15%, 이준석 후보 8.34%, 권영국 후보 0.98%, 송진호 후보 0.10%를 얻으며 마무리됐다.
애당초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국민적 반감, 더욱이 탄핵까지 당했다. 거기 국민의힘 후보의 패배는 당연시됐다. 더욱이 부울경 지역 일부 의원의 형식적인 선거운동까지 겹쳤다. 세간에서는 최대 20%p에서 최소 10%p 격차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여기는 관측이 파다했다.
그렇듯 여론 지형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선거 초반, 국민의힘 후보로 누가 나서던 당선될 것으로 여기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치열한 경선 끝에 김문수 후보로 확정됐으나, 그마저 당권을 쥐고 있던 쌍권의 대선후보 강제 교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나라 전체를 경악케 했다.
온갖 상처와 풍상을 겪은 후에 김문수 후보가 대선전에 나섰으나, 당내 일체감은 별반 높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서도 김 후보의 도덕성과 청렴성 그리고 경기지사 시절 일궈낸 성과와 업적 등이 알려지며, 차츰 지지율도 오르기 시작했다. 동시에 보수층에서도 할 수 있겠다는 의욕을 갖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의힘 일부는 문제였다. 특히 김상욱 의원의 민주당 투항이 서막이었고, 조경태 의원은 선거운동 보이콧에 나서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유쾌하지 못한 발언과 함께 한동훈 전 대표의 지원유세 또한 어정쩡하게 읽히기엔 매양 다르지 않았다. 공동체적 의식 결여로 여겨졌다.
그런 가운데서도 김문수 후보 승리를 향한 마지막 열쇠는 이준석 후보가 움켜쥐고 있었다. 바로 단일화였다. 하지만 이 후보는 끝내 이를 회피하고 말았다. 김 후보의 거듭되는 요청 그리고 방문까지 있었음에도 매정하게 돌려세웠다. 이 후보가 얻은 8.34%를 단순 합산할 경우, 결과가 뒤바뀌게 된다.
물론 단일화가 됐다고 가정하더라도, 이 후보가 얻은 득표율이 김 후보에게 고스란히 오리라는 보장은 미지수다. 하지만 사전투표가 끝난 이후라도, 단일화를 이룬 채 김 후보 지원에 총력을 쏟았다면 대선 결과는 달라졌을 듯싶다. 하지만 본투표 이틀 전부터 이 후보는 도리어 김 후보 때리기에 집중했다.
그간 목도한 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 폭주는 두려울 정도였다. 거대 의석을 앞세운 의회독재의 끝판을 보여줬다. 이제 대통령 권력까지 갖게 됐으니 무엇을 할지 모른다는 공포심이 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사법부를 비롯해 헌법재판소 또한 자신들 입맛대로 농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이제 국민의힘은 뭉쳐야 한다. 각기 의견이 다를 수 있을 것이나, 그럼에도 어떤 결론 앞에서는 서로의 차이 대신 자신의 역할 수행에 매진하는 것이 한층 돋보이는 자세다. 한 집안에서 부모, 자식들이 제각기 다른 입장만 내세운 채 목청 높이게 되면 주변으로부터 괄시받게 될 것임은 자명한 이치다.
아울러 변화된 국민의식과 시대상을 담아낼 수 있어야 한다. 다행인 점은 대선이 끝난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와 신념, 그것을 지키기 위한 투철한 사명"을 강조했다는 소식은 매우 고무적이다. 또한 "공동체의식 회복"과 "생각이 다르다는 이유로 내부를 향해 싸우는 모습은 사라져야" 등의 주문도 바람직하다.
그와 함께 대북 노선에 있어서도 다소 유연성을 갖출 필요가 있다. 튼튼한 국방과 안보는 이론의 여지가 없을 것이나, 그러한 가운데서도 인도적 지원책과 대화의 노력, 경제적 협력 방안은 모색될 수 있어야 한다. 꽉 막힌 강공책으로는 얻을 수 있는 것이 전무하다. 부디 보다 폭넓은 보수 지형 구축에 나설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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