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인간의 길, 육신과 영혼 사이에 놓인 존재로서의 흔적

시와 칼럼 2025. 4. 4. 19:42
728x90

한 번 태어났으니 또 한 번은 가야 하는 것이 인생길이다. 늘 곁에 머물러 줄 것만 같던 가족과도 때가 이르면 헤어져야 한다. 함께 살던 사람이 느닷없이 중한 질병에 걸리거나 또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인해 준비되지 않은 이별을 겪는 경우도 있다.

특별히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날 때, 그 남은 가족의 슬픔은 세상 어느 슬픔과도 비할 바가 아니다. 더욱이 젊은 부부 등과 같이 그 사랑의 하루하루가 짧기만 한 이들에게 닥치는 비극이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임을 미뤄 짐작하게 된다.

교통사고로 숨진 학생을 먼저 보낸 부모가, 자녀의 방에 놓여 있던 상패를 보면서 엉엉 소리 내어 운다. 말기암으로 투병하다 사망한 젊은 아내의 장례를 마친 남편이, 화장대 한켠에 놓여 있던 결혼사진을 보며 연신 흐느낀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각양의 사연은 다를지라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헤어짐은 숨이 끊길 것만 같은 극심한 고통으로 다가선다. 비록 천수를 누린 경우라 할지라도 더 오래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을 듯싶다.

일전에 세계를 울게 만들었던 한 장의 사진이 여전히 생생하다.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는 엄마의 젖을 물고 있던 젖먹이의 천진난만한 눈망울이 긴 울림으로 떠오른다. 생명이 꺼져가는 상황에서도 아이에게 젖을 물린 모성애가 가히 극적 감동을 안겨 준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사고를 당하거나 또는 병들고 늙어가는 인생길. 영원히 함께 하고 싶지만, 결코 그럴 수 없는 것이 삶이다. 끝없이 생성하고 끝없이 소멸되는 것이 자연의 이치다. 거기 육신은 자연의 품으로 산화되고, 영혼은 우주 어딘가로 돌아간다.

생로병사로 이어지는 순환의 질서. 우리는 이를 언제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주어진 운명 앞에 겸손한 가운데, 새로운 질서를 향해 나아가는 믿음이 요구된다. 그것이 인간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인도하는 길이라 여긴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