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윤석열 대통령과 간첩단 사건, 중국 계략은 어디까지 침투했나?

시와 칼럼 2025. 2. 22.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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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 가운데 "설마가 사람 잡는다"는 말이 있다. 여기서 '설마'는 무언가에 대한 부정적인 추측을 강조할 때 사용되는 부사다. 이는 어떤 사안 또는 현상에 대해 가볍게 여기거나 방심하지 말고 매사 경각심을 갖고 예방해 놓아야 탈이 없게 됨을 시사한다.

'비전 상실 증후군'이란 용어도 있다. 무의식 상태에서 현재의 환경에 서서히 익숙해지기 때문에 결국엔 그로부터 빠져나올 수 없게 된다는 이론이다. 유사하게 사용할 수 있는 한자어로 온수자와(溫水煮蛙)를 들 수 있다. 따뜻한 물로 개구리를 삶는다는 뜻이다.

살아 있는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바로 튀어나온다. 반면 15°C 가량의 온수에 넣으면 그대로 편하게 있는다. 그런 후 수온을 서서히 높이면, 개구리는 자신이 삶아지는 줄도 모른 채 죽음을 맞는다. 변화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위기를 인지하지 못한 때문이다.

설마 요즘 시대에 간첩이 있겠어? 설마 중국이 우리나라를 침공하거나 어떻게 할 수 있겠어? 하지만 현실은 사뭇 양상이 다르다. 지난해 11월, 간첩단 혐의로 1심에서 중형이 선고된 사건이 있다. 이들이 받은 100여 건의 지령 가운데는 윤석열 대통령 퇴진도 들어 있었다.

실제 윤 대통령 취임과 무섭게 퇴진 집회가 개최됐다. 지금까지 200회 가까이 지속됐다. 그렇다고 해당 집회가 간첩단 사건과 연루돼 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2022년 11월 발생한 이태원 참사 추모 집회까지 윤 대통령 퇴진 기회로 삼으라는 지령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이미 구속된 간첩단 사건 피의자들과, 이른바 비밀 조직인 ‘지사’에서 활동한 이들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국회의원 전원의 휴대전화 번호와 평택 미군기지, 오산 공군기지 등 군사시설을 근접 촬영해 공작원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한편 중국 공안 출신인 조선족 난민 이규호 씨는 "대한민국 국민들이여, 중공의 정체성 및 대외 침략전략을 알고도 가만히 있을 것인가"라며 "중공은 한국의 정치인·경제인·지식인을 포섭해 간첩으로 만들어 기술과 군사 정보를 훔쳐 가며 '친중공 정부'를 만들려 한다"고 개탄했다.

그는 또 "한국 국민은 현실을 너무 안일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중국이 인해전술을 통해 한국에 침투하고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한국 간첩법은 중국인이 한국에서 간첩활동을 해도 법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며 경고했다.

이어 "중공은 주한 조선족 사회 언동과 민간단체 움직임을 감시·관리한다"며 "재한 중국인은 한국 정치 투표권이 있지만 재중 한국인과 조선족은 없다"는 점과 "재한 중국인은 한국에서 언론, 집회 자유를 보장받지만 재중 한인은 언론, 집회 자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렇다, 우리는 너무 안이하다. 설마, 설마한다. 그에 어울리는 우화가 있다. 사막 여행 중에 야영을 하는데, 낙타가 주인이 있는 텐트 속에 머리라도 들여놓기를 청한다. 주인이 이를 허락하자, 이후 앞다리에 이어 몸통까지 텐트에 들이며 주인을 쫒아낸다는 얘기다.

그야말로 설마가 사람 잡게 된 경우라 하겠다. 낙타가 주인의 텐트를 차지하는 과정, 즉 설마하는 안이함에 대한 경각심을 갖지 않고서는 주인의 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는 교훈이다. 서서히 데워지는 물 안에서 죽어가는 개구리 신세가 될 수 있음이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