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성장과 분배, 극단적 이분법 배제한 가운데 최적의 묘수 찾아야

시와 칼럼 2025. 2. 1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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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론을 긍정적으로 여길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일류국가를 지향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성장 과실이 국민 일반의 구체적 삶속에 이르지 못하게 되면 끊임없이 사회적 반목과 갈등의 악순환 늪에 빠지게 된다. 물론 거기에는 민주주의 지표, 문화 성숙도, 치안 상태, 공중 보건 및 의료, 교통 편의성, 사법체계 신뢰성, 행정 서비스 등 포괄적 개념을 지닌다.

근대 말기 한국은 주권이 상실된 채 수탈을 당하는 일제강점기의 뼈아픈 시대를 살았다. 그런 이후 해방의 기쁨도 잠시, 현대사회로 이행되기 무섭게 동족상잔의 처절한 비극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인은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그 참혹한 고통과 폐허 속에서도 희망을 세웠다. 부강한 국가를 만들겠다는 오직 하나의 염원으로 기꺼이 굵은 땀을 흘렸다.

한국인은 공동체적 목표가 세워지면 솔선해 헌신 봉사하는 면모를 보인다. 새마을운동은 그 대표적 사례다. 또한 위기 앞에서 계층과 지역, 남녀노소 막론하고 더욱 똘똘 뭉친다. IMF 극복 일환으로 전개된 금모으기 운동은 그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러한 눈물겨운 여정을 거치며 한국은 마침내 국제사회가 경탄하는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비록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닐지라도, 적잖은 방면에서 세계 속에 모범이 되기도 한다. 아프리카, 동남아 국가 등에 농축산 기술 지원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스스로 물고기를 잡을 수 있게 함으로써 자립과 성장을 돕는다. 한국사회 내부적으로도, 복지 시스템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너무 멀다. 초저출산 현상은 그 모든 것을 웅변하는 듯싶다.

그런 점에서 분배론을 긍정적으로 살펴볼 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분배의 법칙이 성장 동력을 꺼뜨리는 쪽으로 작동한다면 구성원 대다수의 삶이 가난의 함정에 빠진다는 위험성을 간과해서도 아니된다. 선한 의도가 빈곤층 삶을 도리어 나락으로 내몰 수 있다는 점을 깊이 있게 살펴야 한다. 뜨거운 심장을 지녀야 할 것이나, 동시에 냉철한 머리도 요구되는 지점이다.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 초저출산 문제가 지속되며, 이대로는 국가마저 자연 소멸될 위기 상황이다. 그렇다고 사정이 개선될 조짐도 거의 없다. 더 늦기 전에 정치권과 학계,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적극적으로 해법을 모색할 때다. 극단적 이분법에 젖어 국가를 혼돈 가운데 빠뜨리려는 무리는 배제한 가운데 최적의 묘수를 찾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필자 : 정성태(시인/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