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화염-굉음을 뿜으며 무너진 남북공동 연락사무소/정성태

시와 칼럼 2020. 6. 17.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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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있는 남북공동 연락사무소가 폭파됐다. 북한 김여정 제1부부장의 관련 발언이 언급된지 사흘만에 전격 단행됐다. 문재인-김정일 두 정상의 4.27 판문점 선언 합의에 따라 지난 2018년 9월 14일에 문을 열었으나, 그로부터 1년 9개월 만에 커다란 굉음과 치솟는 화염에 휩싸여 사라지고 말았다.

판문점 선언 당시 김정은 위원장을 수행했던 김여정 제1부부장은 이렇게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을 자취를 세우시길 바랍니다”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 민족의 평화통일에 대한 선한 열망이 가득했었음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남한의 많은 사람도 그런 그녀를 높게 평가했다.

그랬던 북한이 최근 남북 간 연락채널을 모두 차단한데 이어, 남북을 연결하는 하나의 상징적 장소인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또한 파괴했다. 남북 관계의 완전한 단절로 치닫게 된 셈이다. 그와 함께 그간 비무장 지대였던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구에 다시 북한 군대가 투입될 개연성도 한층 높아졌다. 군사적 긴장 상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돌이켜보건대, 김대중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추진했던 평화정책. 이후 노무현 정권 들어서기 무섭게 대북정책 특검에 앞장 섰던 당시 청와대 문재인 민정수석. 바로 그 지점이 민족문제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시각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후 숱한 난관과 방해를 뚫고 정동영 NSC 의장이 개성공단을 조성했다. 남북 협약에 따라 북한 군대도 철수했다. 그야말로 비무장 지대가 됐던 것이다.

불현듯 떠오른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행적으로 미뤄볼 때, 남북관계 파탄은 어쩌면 예고된 일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민족의 미래와 명운이 걸린 문제를 마치 장식용 쇼윈도 마네킹 쯤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심각한 의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남북문제를 선거에서 유리한 분위기 조성을 위한 바람잡이 행사 쯤으로 여기는 듯한 의구심이 그것이다.

박근혜 정권 때 "통일은 대박이다"며 한껏 분위기를 띄운 때가 있었다. 그러다 어느날 느닷없이 개성공단을 폐쇄했다. 참으로 황망한 일이었다. 문재인 정권은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이후 후속조치가 전혀 없었다. 바로 거기서 문재인-박근혜 두 대통령의 행태가 동시에 오버랩되는 것이다. 그들 두 정권의 국정 철학이 별반 다르지 않게 투영되는 까닭이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문재인 정권이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성사와 함께 지난 지방선거를 싹쓸이 하다시피 했다. 그런 이후 남북 관계는 다시 박근혜 정권 때로 급속히 퇴행했다. UN 제재 사항도 아닌 개성공단 재가동 문제도 원점에 머물러 있다. 심지어 탈북 단체들에 의한 삐라 살포 등과 같은 감정선을 자극하는 적대 행위에 대해서도 사실상 방치했다.

문재인 정권이 북한을 실컷 활용한 후엔 미국 눈치 보기에 급급한 행태를 면치 못했다. 그에 반해 북한은 핵동결 선언과 함께 영변 핵시설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까지 단행했다. 그러나 남한은 그 어떠한 노력도 없었다. 이에 대해 북한의 인내가 폭발한 것이다. 문재인 정권의 외세 굴종적인 면모를 명확히 깨달은 셈이다. 이제 문재인 정권과는 더 이상 상대 않겠다는 매우 강력한 신호를 남북공동 연락사무소 폭파를 통해 드러낸 셈이다.

작금 벌어지고 있는 남북 파국의 핵심적 사안이 바로 여기에 있다. 주체성을 망실한 채 부유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강한 불신이 깔려 있다. 김대중, 정동영, 정세현 등과 같은 확고한 철학과 뚝심 있는 실천력이 문재인 대통령에겐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다. 그러니 기획자에 의한 선거용 감성팔이 쇼만 있고 내용이 없는 것이다. 그것이 문재인 정권의 패착이자 화근 가운데 하나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