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사정이 퇴로없는 불길에 휩싸인 형국이다. 안철수 대표에 의해 촉발된 바른정당과의 통합 논란에서 비롯됐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여기서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수구대통합의 징검다리 역할에 불과하다는 점도 적잖이 포착되고 있다.
이는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가 행한 "국민의당, 자유한국당 양측과 통합 논의 진행 중에 있다"는 발언을 통해 보다 분명해진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또한 "샛문은 열려 있다"고 밝히며 보수세력 흡수통합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물론 그 대상은 바른정당 잔류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당 통합파인 안철수 대표와 그 측근 의원 10여 명 남짓에 대한 위압적 신호가 아닐까? 이와 함께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까지 나서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자 보수통합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이 자신의 고단하고 참담한 심경을 연일 밝히고 있다. 정 의원은 12월 첫날에도, 그의 페이스북 개인 계정을 통해 "공허하다"는 표현으로 무겁게 글을 펼치며 "통합론은 허깨비를 쫒는 거다", "정치는 삶의 문제를 다룰 때 빛난다", "통합은 국민의 삶과 무관한 공학이다"라며 보수통합 반대 입장을 거듭 천명했다.
정동영 의원은 이어 "촛불혁명은 아직 혁명이 아니다"고 주장하며 "'나의 삶을 개선하라'는 촛불광장의 요구가 법과 제도개혁으로 이어질 때 비로소 혁명이 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국민의당이 목숨 걸고 매달릴 일은 통합이 아니라 국민이 요구하는 개혁작업"이라며 "허깨비를 쫒는 안(철수) 대표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다"고 비장하게 맺고 있다.
국민의당? 거북하고 유감스런 일이지만, 인구 사이에 안철수 대표의 개인기업 쯤으로 인식되어 있는 측면이 강하다. 그러다보니 그의 반개혁적 정치 노선, 조변석개하는 거짓말, 표리부동한 정치행태 등으로 인해 국민의당 구성원 전체가 싸잡혀 비난 받는 처지에 몰려 있기도 하다.
그렇다, 개혁추진이라는 시대의 도도한 흐름을 거부한 채 역린을 꾀하는 그곳엔 부침만 일게 된다. 그리고 그에 따른 괴리는 씻을 수 없는 참혹한 결과로 나타나게 된다. 당내 절반 넘는 의원이 보수통합을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그것을 강행하려는 안철수 대표의 저의는 도대체 뭘까? 어쩌면 분당을 재촉하기 위해 등떠밀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런 지점이기도 하다.
이 대목에서 정동영 의원에게 들려주고 싶은 게 있다. 장강은 말이 없되 끊임없이 일체를 흘러 보낸다. 스스로를 비우고 또 비우건만 그러나 기묘하게도 늘 충만함으로 자신의 근원을 지키며 제 갈 길을 간다. 낡고 쇠락한 것을 과감하게 비워낼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새로운 것으로 채워져 흐르는 생성의 이치, 거기 오늘도 장강은 말없이 흐른다.
시인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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