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폐당 위기로 몰리고 있다. 안철수 대표의 독선에 의해 촉발된 바른정당과의 생뚱맞은 보수화 통합론이 불거지면서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국민의당을 살릴 사람은 자신 뿐이라며 당대표 출마를 선언했던 안철수 대표 체제가 석 달을 넘어서고 있으나, 국민의당 지지율은 오히려 더 악화된 상태에 놓여 있다. 그러자 급기야 바른정당과의 통합 추진에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외연 확장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구상유취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안철수 대표에 의한 바른정당과의 통합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곧장 햇볕정책 폐기와 호남 포기를 주문하고 나섰다. 이에 따른 국민의당 안팎의 거센 비판이 터져나왔다. 특히 개혁성향이 강한 정동영 의원 그리고 박지원, 천정배 의원을 비롯한 중도개혁 성향의 호남 지역구 의원들의 반발 또한 거셌다. 그러자 안 대표는 통합론은 와전된 것이라고 발뺌했으나, 이는 단 며칠도 못가 다시 돌출됐다.
이는 '개성동영', '평화의 전도사' 등으로 불리며, 미국 강경 네오콘과 김정일 위원장을 설득해 남북 평화경제의 물꼬를 튼 바 있는 정동영 의원에게는 모욕 그 자체였으리라 여겨진다. 아울러 햇볕정책의 창시자인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실장으로 불리는 박지원 의원 그리고 개혁적 정치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천정배 의원 또한 사실상 자신들의 정치적 모든 것을 폐기하라는 선전포고로 여겨졌을 듯싶다. 특별히 안철수-유승민 사이의 사전 조율 의구심이 짙기에 더욱 그렇다.
이후 순차된 발언은 경악할 수준이었다. 이명박 "나라가 과거에 발목 잡혔다"를 신호탄으로, 안철수 "과거에 집중하면 미래 대비 못해", 유승민 "MB, 지금까지 국민 분노할 불법행위 드러난 것 없어", 김무성 "과거 허물 따지기엔 나라 상황 위중", 남경필 "과거사 덮고가자" 등과 같은 주장이 연이어 터져나왔다. 자유한국당은 아예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기류다. 결국 안철수 대표가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 함께 모종의 관계에 놓여 있다는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무슨 뜻일까? 안철수 대표의 바른정당 통합 시도는 결국 자유당까지 포괄하는 수구대통합의 일단계 전략으로 그 징검다리일 뿐이라는 분석이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안철수 대표가 외연확장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달고 있으나, 이는 실상 수구 적폐세력과의 야합에 의한 반개혁적 반동으로 읽히고 있다. 오죽했으면 인구 사이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지칭, 이명박 방패막이라고 일컫는 지경에 이르렀겠는가. 아울러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에게는 이명박 경호실장으로 지목하고 있겠는가.
이에 정동영 의원을 축으로 박지원, 천정배, 최경환, 김경진 의원을 비롯한 국민의당 의원 20여 명이 당내 의견 그룹인 '평화개혁연대'를 결성했다. 안철수 대표의 독단과 전횡에 의한 바른정당과의 보수 지향적 통합을 통한 자유한국당과의 수구대통합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런데 이에 대해 양비론적 훈장 노릇을 하는 안철수 의원 측 일부 인사가 보인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 또한 개혁성향 국민의당 의원들을 향해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과연 옳은 행태일까?
무릇 모든 일에는 원인에 따른 결과가 있기 마련이다. 안철수 대표의 맹목에 가까운 반 문재인, 반 개혁, 반 호남에 따른 국민의당 지지율이 5%에 고정되어 있다. 심지어 호남지역 지지율마저 7.4%를 보이고 있다. 이는 자유한국당의 10.6%보다 오히려 뒤지는 수치다. 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표 체제가 됐을 때 나타나게 될 현상임을 뜻 있는 국민의당 안팎 자원들에 의해 누차 경고됐던 바이기도 하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그것이 현실로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다.
물론 야당으로서 집권세력에 대해 견제하고 비판하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일이다. 그러나 그 방향이 수구 적폐세력의 퇴행적 행태와 동일선상에서 이뤄진다면, 적폐청산과 개혁추진을 바라는 국민적 여망에 심각하게 역행하는 것이며, 이는 시대적 통찰과 안목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자기 고백에 다름 아니다. 바로 거기 안철수 대표가 국회 입성할 때 내세운 '새정치'는 흔적조차 찾기 어렵게 됐고, 유감스럽게도 그 자리엔 온갖 구태와 무분별한 정치공학만 남은 셈이다.
이제 안철수 대표는 제자리로 복귀해야 한다. 그가 당초 표방했던 '새정치'의 초심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문재인 정권보다 더 개혁적이고 더 진취적이며 더 아래로 스미는 정치를 통해 야당으로서 존재 의의와 당위를 정립해야 한다. 당내 의견 그룹인 '평화개혁연대'의 시대적 방향성에 귀 기울이며 조율할 수 있을 때 국민적 신뢰를 회복할 수 있게 된다. 그럼에도 수구대통합 전초전 성격의 바른정당 통합을 강행한다면 국민의당 폐당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관측된다.
시인 정성태
'정성태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동영 "통합은 국민 삶과 무관한 정치공학"/정성태 (0) | 2017.12.02 |
---|---|
안철수-유승민, 국민 안중에 없고 추악한 정치공학만 난무/정성태 (0) | 2017.11.29 |
안철수 회색주의?...국민의당 폐당 결정적 요인/정성태 (0) | 2017.11.19 |
북한-미국 핵대결, 문재인 정부는 유령인가/정성태 (0) | 2017.11.12 |
전주 봉침사태...지역 토호세력 적나라한 적폐사례/정성태 (0) | 2017.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