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퇴진 통한 혁신인가? 개혁신당 창당인가?/정성태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이 이미지 연출에만 급급한 채, 내용은 채우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매우 부실한 수준이다. 적폐청산도 구호만 난무할 뿐 성과가 없다. 대북문제와 외교정책 전반에 관해서는 박근혜 정권에 비해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참담한 심정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그보다 더 퇴행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용도 박약할 뿐만 아니라, 이미지 또한 그의 수구적 언행에서 기인한 적폐 인물로 각인되어 있는 처지다. 인구 사이에서 그게 역력하게 읽히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민의당 구성원 전체가 함께 매도되는 지경에 놓여 있다.

 

최근 안철수 대표에 의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일방적 통합 추진은 결국 보수대통합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수순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 끝자락에 자유당이 있다는 뜻이다. 이를 통해 보수진영의 차기 대선 후보가 되어 보겠다는 안철수 대표의 망상이 작동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 사전 작업으로 원외위원장 전원을 상대로 기득권 내려놓기라는 허울 좋은 명분을 씌워 일괄사퇴를 종용했다. 이는 당헌당규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점에서 우선 문제다. 아울러 상대적 약자에게 초법적 발상의 테러를 가한 것에 다름 아니다. 지난 대선 때 안철수 당선을 위해 헌신했던 그들이지 않는가?

 

그래서 묻는다. 정작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을 살리기 위해 무슨 기득권을 내려 놓았는가? 대선 3위 패퇴와 정체성 혼란을 야기한 점, 아울러 그의 젊은 측근들에 의한 제보조작 사태 등으로 국민의당이 몰락했다. 안철수 당대표 체제 또한 심각한 리더십 부재와 회색주의로 인해 지지율이 바닥을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기득권 강화와 책임전가 외에 달리 설명되는 것이 없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민의당 안팎에 있는 개혁성향의 거센 반발과 반대 벽에 부딪혀 보수대통합으로 향하려던 그의 꼼수가 무산됐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는 잠시 숨고르기를 위한 후퇴일 뿐, 기회를 틈타 또 다시 시도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의 가당치 않은 대권놀이를 위한 관문이 거기 있다고 여기기 때문일 듯싶다.

 

안철수 대표, 그의 정치적 철학, 경륜, 역량이 현격히 결여되어 있음이 이젠 만천하에 확연히 드러났다. 그가 정계 진출할 때, 젊음과 개혁적 이미지로 포장된 종이 상자만 현란했을 뿐, 실상 내용은 매우 궁박한 것임이 들통나고 말았다. 그것이 그를 보수진영을 향한 맹렬한 구애의 손짓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

 

국민의당, 이제 토양을 갈아엎어야 한다. 자기 정체성을 분명히 확립하고, 아울러 안철수 대표로 상징되는 그 모든 것을 탈색해야만 회생 가능할 수 있다. 그 첫 단추가 안철수 대표의 사퇴다. 그럼에도 만일 이를 거부한다면 개혁신당 창당에 나서는 것이 옳다. 그렇지 않고서는 반개혁 세력으로 싸잡혀 함께 고사될 운명 앞에 놓일 듯싶다.

 

여기서 개혁신당의 방향성은 일관되고 뚜렸해야 한다. 개혁추진과 적폐청산 과제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을 바르게 견인하는 것이다. 세상을 두루 이롭게 펴기 위한 주도적 입장을 견지하는 가운데 국민 속으로 파고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가적 건강성을 담보할 수 있겠기에 그렇다. 정동영 의원이 깃발 들 수 있기를 기대하는 마음 크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