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김정은-트럼프, 마주보고 달리는 폭주 기관차/정성태

시와 칼럼 2017. 10. 8.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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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언하건데 북한은 핵무장 상태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이 핵무기 폐기를 완료하는 순간, 곧장 미국의 군사 공격으로 이어진다는 두려움이 그들에게 깊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국제사회에서 발발한 크고 작은 숱한 전쟁의 대부분이 미국의 수탈적 침략에서 기인한 것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북한이 그 점을 너무도 잘 알기에 핵개발 및 '대륙간 탄도 미사일' 개발에 이르기까지 사력을 다해 성공한 것이다. 그간 미국에 의한 끊임없는 군사적 위협과 경제ㆍ외교적 고립이 도리어 북한의 군사력을 초강국으로 이끌게 된 결과다.

 

혹자는 북한이 공격을 받으면 중국이 자동 개입할 것이기에 미국의 북한 침탈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다. 일견 일리 있는 말이다. 그런데 그건 현재 미국과 중국이 처한 내부 사정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오는 얘기다. 미국은 극심한 양극화로 인해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있다. 특히 트럼프는 30%대의 낮은 지지율과 함께 탄핵 위협까지 받고 있다. 중국 또한 권력 파벌이 심각한 상황이다. 자칫 군부 충돌로 이어질 개연성이 전무한 것만도 아니다.

 

여기에 중국 시진핑은 북한 김정은에 대한 형식적 우호관계 정도에 머물고 있다. 특히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시진핑 의도대로 통제되지 않는 김정은에 대해 내심 불편한 감정이다. 물론 미국 트럼프가 내뱉는 시정잡배 수준의 언어 폭탄, 즉 북한을 지도에서 지울듯한 막말과는 양상이 다르기는 하다. 그렇듯 비록 미중 양국의 북한에 대한 온도차는 있으나, 그게 자국 이익이라는 본질에 있어서는 미중 사이에 모종의 합의점이 도출될 수도 있다는 점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된다.

 

미국과 중국, 이들 국가가 자체적으로 처한 위기 상황을 돌파하려는 측면에서 얼마든지 상호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질 수 있음을 거듭 환기할 필요가 있다. 그에 따라 북한 분할 점령 시나리오 또한 현실화될 수 있다란 관측이 가능해진다. 김정은이 그걸 모를리 없다. 북한이 더더욱 핵폐기를 할 수 없는 이유다. 그리고 그들의 압박이 강화될 수록 북한은 오히려 똘똘 뭉친다. 아울러 미국에 대한 적대감과 증오심만 차곡차곡 더할 뿐이다.

 

미국은 이러한 현실 인식 위에서, 대북정책에 대한 방향선회에 나서는 것이 옳다. 북핵을 인정하고, 북미 평화협정 통한 수교에 적극 나서야 한다. 이 대목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요구 가능한 현실적 방안이 있다면 그건 북한의 핵확산 금지 정도다. 그게 미국 자신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 될 것이다. 북한 핵탄두가 미국 본토를 초토화시킬 능력을 갖췄음을 굳이 재론할 필요는 없을 듯싶다.

 

그래서 인류 위에 묻는다. 만일 당신이 북한 김정은 입장이라면 무장 해제할 수 있겠는가? 또한 묻는다. 북한이 다른 나라를 먼저 침략한 사실이 있는가? 그리고 북한은 머리에 뿔달린 악마가 사는 나라인가? 과연 당신이 아는 북한은 어느 정도인가? 그 모든 왜곡과 편견을 깨고 당신의 잠들어 있는 양심의 소리에 정직하게 귀 기울여 보라. 도대체 누가 도상에서 강도 만난 사람이란 말인가?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