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안철수 수준 이하...김이수 헌재소장 부결사태로 민낯 드러나/정성태

시와 칼럼 2017. 9. 12.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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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난히 인준될 것으로 관측됐던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국회에서 부결됐다. 국회의원 293명이 표결에 참여해 찬성 145표, 반대 145표, 무효 1표, 기권 2표였다.

 

이를 들여다보면, 민주당에서 일부 이탈표가 나왔을 것으로 점쳐진다. 그리고 국민의당 40석 가운데 정동영 의원을 비롯한 개혁 성향은 찬성표, 안철수 전 의원과 가까운 의원 그룹은 반대표를 던졌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마치 나라가 독립이라도 된 듯 얼싸안고 기뻐하는 민망한 모습을 연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캐스팅 보트를 행사했다며 반색하는 어처구니없는 반응이었다. 안철수 대표에 대해 자유당 2중대라는 세간의 비아냥이 괜한 것이 아님을 새삼 읽게 된다. 유감을 넘어 참담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여기서 또 다른 문제도 지적된다. 문재인 대통령의 권력을 앞세운 일방통행이 그것이다. 아울러 집권당인 민주당의 무능과 안이한 자세도 노정됐다. 반대가 예상되는 국민의당 의원을 향해 협조 요청과 같은 노력의 흔적이 사실상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는 국정을 원활하게 이끌어야 하는 집권당 모습으로서는 직무유기일 수 있다. 자신들과 입장이 다른 세력을 끈질기게 설득하고 인내하는 가운데 목적을 달성하려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따라서 거기 빗나간 승자는 어쩌면 자유당과 바른정당일 수도 있다.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이 무산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은 다른데 있지 않다. 그가 법률가로서 보다 진일보한 자세를 견지하며 우리사회의 모순을 바로 잡고자 노력한 흔적이 일정 부분 읽혀지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법률적 적폐해소에 대한 기대가 적잖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혹자는 그의 사법부 초임 시절 있었던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불명예스런 판결을 두고 문제 제기를 한다. 충분히 일리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는 그에 대해 깊이 사죄했고, 당사자들 또한 오래 전 있었던 그의 과오에 대해 용서한 바 있다.

 

되풀이되서는 안 되는 우리 시대 비극의 한복판에 자리한 슬프고 고통스런 단면이 아닐 수 없다. 김이수 헌법재판관은 그 점에 대해 평생 자신의 무거운 짐으로 안고 살아가야 할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그의 그러한 과오가 그를 법률가로서 보다 거듭나게 한 요인이 됐을 수도 있다.

 

여기서 특별히 안타까운 사실은, 헌재소장은 대통령이 국회의 동의를 얻어, 헌재 재판관들 중 한 사람을 임명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런 측면에서 수구세력에 의해 지명된 재판관 가운데 헌재소장을 뽑아야 되는 기막힌 상황에 놓이게 됐다는 점이다.

 

다시금 얼싸안고 기뻐하던 자유당 의원들 그리고 캐스팅 보트를 행사했다며 만면의 미소를 띄던 안철수 대표의 철없는 행태가 오버랩된다. 무엇 때문에 그리고 무엇을 위해 정치를 하려는 것인지 의문스런 지점이 아닐 수 없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