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권 청와대 선임 행정관(2급)으로 발탁된 탁현민 씨의 여성에 대한 성적 비하 및 농락 등 일련의 행적에 대해 가급적 말을 아끼고 싶었다. 워낙 낯뜨겁고 충격적인 내용이어서, 거듭 거기에 마른 장작을 추가로 던지는게 옳지 않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사태를 더욱 확산시켜 아직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에게 그릇된 여성관을 심어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런데 일부 언론이 탁 행정관의 여성 폄하에 대한 두둔을 넘어, 마치 칭송하는 듯한 논조를 보이고 있다. 급기야 그에 대한 정당하고 상식적인 비판마저 수구세력의 농간이라고 매도하는 참담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런 정도면 언론이 아니라, 아예 탁현민 비호를 위한 지라시 수준으로 전락했다고 여겨도 과언이 아닐 듯싶다. 다분히 기획된 의도로 읽히는, 참으로 민망한 일임에 분명하다.
작금 인구 사이에 논란이 되고 있는 탁현민 사태의 본질은 결코 보혁에 관한 것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근원적 물음에서 연유한다. 그의 여성에 대한 여러 불편한 내용은 차라리 애교에 가깝다. 그가 고교 1학년 때, 주변 또래들과 어울려 중학교 3학년이던 여학생을 집단으로 성적 유린한 것에 비하면 그렇다는 뜻이다. 하물며 이를 떠받드는 듯한 문재인 대통령 극렬 지지자들 심리 상태는 도대체 어떻게 이해해야 옳은지 난감할 따름이다. SNS를 통한 그들의 여론몰이와 같이, 과연 탁 행정관의 여성관을 칭송할 수 있는 일이란 말인가?
더욱이 이에 대해 청와대 부대변인을 역임하고 있는 고민정 씨 남편 아무개 씨가 탁 행정관을 놔주라는 요지로 그를 옹호하는 글을 SNS에 남겼다. 그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양정철 노무현 재단 관계자 또한 탁 행정관이 철없을 때 저지른 일이니 용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이 최소한의 설득력이라도 얻을 요량이면, 먼저 탁현민 자신의 만행에 대한 절절한 참회가 선행됐어야 한다. 그래야 그에 대한 용서의 마음도 생길 수 있게 된다.
하물며 그런 몹쓸짓을 나이 들어서도 무슨 무용담 자랑하듯 저서에 남겼다는 것은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의 인간에 대한 인식, 특히 상대적 약자인 여성에 대한 최소한의 연민과 배려마저 발견되지 않기 때문이다. 오직 그의 용렬함과 천박성만 가득 드러날 뿐이다. 여성을 희롱하고 유린한 행태에 대해 나이 들어서마저 저서를 통해 자랑하는 듯한 행태는 결코 용인될 수 없다. 비난을 넘어 단죄 대상에 불과하다.
같은 맥락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돼지 발정제를 이용한 강간 공모 건도 마땅히 비난 대상이다. 그 문제로 지난 대선에서 그는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그런데 탁 행정관의 여성에 대한 조롱과 수탈적 행태를 괜찮다고 여기는 문재인 대통령 맹목적 지지자는 도대체 어떤 부류란 말인가? 심지어 그가 보호 받아야 된다고 적반하장을 일삼는 사람에 대해 어떻게 이해할 수 있단 말인가? 진영에 따라 시시비비가 확연히 뒤바뀐다면, 사회 발전은커녕 오히려 악이 무성히 자랄 뿐이다.
자신이 응원하는 편은 그 어떤 몹쓸짓을 저질러도 괜찮고, 자신이 응원하지 않는 편은 죽일 사람으로 여기는게 과연 타당한 일인가? 그게 마치 사회 정의고 또 공의라도 되는 듯 여론을 호도하려 든다면, 그 사회는 퇴행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공동체적 삶도 요원할 뿐이다. 더욱이 탁 행정관을 감싸는 듯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또 어찌 이해해야 옳단 말인가?
그렇다고 개인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국가가 개입해 규율하는 것도 온당한 일은 아닐 듯싶다. 강압 또는 강제적 수단에 의한 것이 아닌, 당사자의 합의에 의한 성적 문제는 존중될 필요가 있다. 다만 아직 자기 의사가 성숙치 못한 미성년자에 대해서는 별론으로 한다. 그러나 성인이 주체적으로 성적 상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주의 성행위를 법률로 규제하는 것 또한 지나친 법의 남용일 수 있음을 지적하는 바다.
시인 정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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