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칼럼]

이석기 파동과 사이비 진보치들의 양비론/정성태

시와 칼럼 2013. 9. 6. 0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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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의 부정선거 개입은 검찰 조사를 통해 부인할 수 없는 명백한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날을 더할수록 거센 촛불로 타올랐다. 가톨릭 사제단을 비롯한 개신교 목회자들 그리고 대학 교수들 또한 전국 일원에서 시국 선언에 동참했다. 심지어는 고교생들까지 이에 가세했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권은 시종일관 침묵으로 일관했다. 국정원 사태 관련자를 처벌하고 또 배후 세력을 밝혀 처벌할 것과 아울러 국정원을 그 본래의 기능대로 혁신시킬 것을 주문하는 국민적 요구 사항에 대해 철저히 입을 닫았다. 이는 스스로의 정당성이 취약하다는 것을 그대로 반증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궁지에 몰린 국정원은 급기야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의원을 향해 내란음모라는 무시무시한 죄목을 씌워 발표했다. 심지어 현역 국회의원 사무실이 있는 국회 의원회관에 국정원 직원들이 대거 난입해 압수 수색하는 참담한 일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내 국정원의 사주를 받은 프락치에 의해 만들어진 녹취록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이는 관제 언론을 타고 실시간으로 전파를 탔다. 녹취록의 일부 조잡한 내용만 악의적으로 짜집기된 채 유령처럼 우리사회 전반을 휘돌았다. 단순히 그것만을 보게 되는 국민 일반의 입장에서는, 이석기 의원이 마치 북한의 지령을 받고 움직이는 간첩이란 생각을 갖기에 충분했다. 국정원의 마녀사냥 식 여론조작은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애초 국정원이 목적한 바대로 이석기 의원을 향한 인구 사이의 시선은 사뭇 싸늘한 그것이 되었다. 그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국회에서는 이석기 의원 체포 동의안을 새누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정의당이 서로 똘똘 뭉쳐 통과시켰다. 그러기 무섭게 국정원 직원들이 국회 의원회관 이석기 의원 사무실에 들이닥쳐 연행해 갔다.

내란음모를 덧씌운 국정원의 정치 공작이 일면 성공한 상황을 맞고 있다. 국정원의 조직적인 부정선거 개입에 대한 국민 일반의 공분이 한 순간에 실종된 것이 우선 그것이다. 내란음모라는 독재 권력의 해묵은 헌칼 앞에서 통합진보당을 제외한 모든 야당이 합세해 국정원의 손을 들어준 까닭이다. 시민사회 또한 대체적으로 숨을 가누고 있다. 비록 녹슬고 무디어졌을지라도 명색이 내란음모라는 어마어마한 죄목이지 않던가.

소위 조중동으로 통칭되는 수구 권력의 나팔수는 이를 확대 재생산하기에 매우 분주한 모습이다. 여기에 경향과 한겨레 그리고 오마이의 회색주의적 양비론 또한 황색 저널리즘과 별반 다르지 않은 태도다. 사이비 진보 정치인과 그러한 지식인들도 사회적 분위기에 편승해 지극히 기회주의적인 글을 남발하기에 여념이 없기는 매양 일반이다.

국정원과 도하 언론 그리고 통합진보당을 제외한 정치권의 총체적 합의에 의해, 이제 이석기 내란음모 덧씌우기 사건은 사법부로 넘어 갔다. 그리고 이는 박근혜 정권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결코 멈추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향후 법원의 최종심에서 무죄가 선고된다 할지라도, 그 사이 이석기 의원 개인은 물론이거니와 모든 진보적 가치는 만신창이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국정원이 심어 놓은 프락치가 녹취를 하였던 그 날 행사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당일 참석자는 130여 명 가량으로 이들 가운데는 10세 전후의 어린이도 일부 참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리고 녹취록 내용을 보면 극히 일부 사람의 말만 가득 담겨 있다. 그 또한 선술집에서 막걸리나 마시며 세상에 대한 분심을 토해낼 때나 있을 법한 조잡함에 불과하다.

더욱이 이는 국정원에서 녹취를 사주 받은 이에 의해 얼마든지 악의적으로 접근됐을 개연성이 농후하다. 즉, 평소 그런 유아적 성향의 일부 사람만을 대상으로 녹취를 했을 것이란 점이다. 그마저 여기저기 짜집기까지 가해지게 되면 그야말로 배가 산으로 가는 격이 된다. 마치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집단 괴롭힘 현상이 우리 정치권과 지식인 사회 전반에서 그대로 재현된 모습이다.

다들 너무 비굴하지 않은가? 지나치게 과장하고 또 정치적 편의에 따라 확대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가? 민주당 지도부인 김한길. 전병헌을 비롯해 떳다방 대표를 맡고 있는 정의당의 천호선을 위시한 심삼정과 유시민의 몽매함 또한 동일선상에 놓여 있지 않던가? 그 얼마나 비열하고 간악한 작태란 말인가?

이들 모두가 입술에는 천편일률적으로 헌법 타령을 주문처럼 달고 있다.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무슨 헌신짝 취급하는 정치적 사생아만 같다. 헌법 조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난 후에 오두방정을 떨어도 결코 늦지 않다. 자신들의 졸렬함을 정당화하기 위해 목청 높이는 그 헌법에 의해 끝내 스스로의 무지와 야만성이 규율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가?

주지하는 바와 같이 국정원의 사주를 받은 프락치에 의해 탄생된 녹취록 파동은, 국정원 스스로가 자신들의 부정선거 개입을 덮기 위한 파렴치한 용공 조작이다. 적어도 상식을 갖춘 이라면 금새 간파하고도 남는 대목이다. 이는 정권이 갖는 위기 의식이 어떠하다는 것을 그대로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내 머잖은 시점에서 천하가 다 알게 되는 우스갯거리로 전락될 것이 불을 보듯 훤하다.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 상황을 이용한, 이른 바 우리 안에 내재된 레드 컴플렉스를 자극하겠다는 권력의 손쉬운 발상이다. 이를 통해 국민적 불안 심리를 극대화하겠다는 정권의 만행에 다름 아니다. 그럼으로써 자신들의 추악한 죄악상을 일거에 덮어버릴 수 있다고 여기는 시대 착오적 폭거이며 그러한 오만함의 극치인 것이다.

남북의 평화정착과 교류협력 확대를 통한 평화통일, 경제민주화, 복지확충 등과 같은 모든 정치적 의제들이 일거에 종북 메커니즘에 의해 매도되게 된다. 따라서 지금은 어떤 선긋기니 뭐니하며 호들갑을 떨 때가 아니라, 진보 진영의 제 세력이 서로 연대하고 또 공동 전선으로 함께 싸워야 할 때다. 진중권 류의 입방정이나 떠는 서생들이 필요치 않다는 뜻이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분명한 것은 국가정보원의 대대적이고 조직적인 부정 선거 개입이라는 명확한 사실이다. 호남 지역민을 향해 절라디언, 홍어, 탱크로 다 밀어 버렸어야 할 종자라는 등의 차마 입에 담기 민망한 수준이다. 아울러 김대중 전 대통령을 지칭해서도 악의에 가득찬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참담한 말을 사용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여성 비하 또한 금도를 넘어서는 것이다.

문제는 그것이 일부 수구 성향의 몰지각한 이들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우리로 하여금 충격을 더하게 한다. 다름 아닌 국가의 최고정보기관인 국정원에서 활동하는 요원들에 의해서 자행됐다는 점이 경악 그 자체로 다가선다. 내란음모는 바로 이들에게 적용되어야 마땅한 죄목이다.

문제는 또 있다. 국정원도 밉고, 이석기도 밉다라는 유형의 자칭 진보파 정치인과 그러한 지식인 그룹이다. 이들의 심리적 기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제 치하의 친일파 행각을 들여다 보면 그 속내를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즉, 일본군도 싫고 독립 투사도 싫다라는 것과 같다. 혹은 총칼로 광주 시민을 도륙하는 신군부도 싫지만, 이에 저항하는 광주 시민도 싫다라는 부류와도 일맥상통한다.

이 얼마나 후안무치하고 또 비열한 자기 기만인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바로 이런 부류의 사이비 진보치와 그러한 지식인들로 인해 일방적으로 매를 맞고 있는 사람만 더욱 힘겨운 상황을 맞게 된다. 김구 선생에게도 그랬고,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그랬으며, 김근태 의장에게도 그랬다. 안중근 의사와 윤봉길 의사 그리고 유관순 누나에게도 또한 그랬다.

이성을 회복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안의 화장기 가득한 언어의 유희가 아니라, 참된 민낯으로 진실을 똑바로 응시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역사에 길이 남는 정치인이 될 수 있는 것이며 또한 그러한 지식인으로 존경 받게 되는 것이다. 그것이 면면히 이어지는 기록을 통해 우리가 얻는 교훈이며, 아울러 역사 발전의 토대이자 동력이 되는 까닭이다.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