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시집]

무거움이 지는 밤/정성태

시와 칼럼 2010. 4. 28.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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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움이 지는 밤



한 겹 지더니,

또 한 겹의 무거움이 진다.


네모난 상자 곽 속에

촘촘히 박힌 일상의 기대와

혹은 절망의 파편이 하나 둘씩 꺼져 가는 밤,


오밀조밀 뒤엉켜

가지런한 정형의 군락을 이룬 채

오늘도 숱한 얘기와 사연이 오고 갔을

저 숭고한 어둠의 조락.


내 몫의 무거움만큼

맑고 따뜻하기에 가난할 수밖에 없는

여린 풀잎들에 대한 나지막하고 거룩한 찬미.


아직 남은 불빛 사이로

또 한 겹의 무거움이 진다.

 

 

詩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