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초가을 무렵에 그간 써 왔던 시를 책으로 엮을 요량으로 정리했던 적이 있다. 당시 100여 편 가량이 되어서 일부 간추린 후에 시집으로 출간할 생각이었는데, 기대에 미치는 작품이 별로 없어서 한 권의 책으로 꾸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어제는 작년 이후에 쓴 시까지 찬찬히 간추려보니 160여 편 가량이 된다. 이 가운데 거의 절반가량은 성에 차지 않는다. 문학성과 대중성이란 측면에서 그래도 크게 떨어지지 않는 시편만을 골라 시집을 꾸며야겠다는 생각으로 출판사에 원고를 보냈다. 100여 편 내외로만 시집을 묶을 생각이다. 수록될 시편을 고르는 작업은 순전히 출판사 쪽에 일임했다.
등단한 이래 세 권의 시집을 펴냈지만, 시간이 흐른 후에 보면 민망스럽기가 그지없다. 나름대로 성심껏 글쓰기에 임했음에도 불구하고 훗날 꺼내보면 신통치가 않다. 어느 때는 심한 부끄러움마저 들게 된다. 어쩌다 내 새끼 같은 녀석도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불만스런 마음임에 숨길 수 없다.
시인이 넘쳐나는 현실이다. 마음만 먹고, 적절한 안내자만 통하면 손쉽게 등단도 할 수 있다. 아울러 돈만 있으면 별 어려움 없이 시집도 낼 수 있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괜히 나까지 나서서 종이 낭비를 하려는 것만 같아 머릿속이 심란하고 착잡하기 이를 데 없다.
그럼에도 이미 각오는 섰으니, 이를 굳이 변명하자면 마치 산달을 앞둔 산모의 심정과 같으리라. 내외여! 이제 완만한 진통이 시작되었으니, 혹여 훗날 내 새끼들을 어느 길가에서라도 만나게 되거든, 생긴 그 모습 그대로 따뜻이 맞아 주시기를 정중히 구하노라.
시인 정성태 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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