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기타]

내 유년시절의 똥개만도 못한 정치현실

시와 칼럼 2009. 7. 22.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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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서 시골 살 때의 기억이다. 그 때 고향집에서는 속칭 말하는 똥개 한두 마리는 꼭 키웠던 것 같다. 공직에 있던 부친의 건강이 악화돼 낙향한 상태여서 녀석들을 부친의 몸보신용으로 삼고자 한 때문이다.


매시 때가 되면 녀석들에게 밥을 주고, 또 어쩌다 닭이라도 잡아서 식구들이 먹게 되는 날이면, 남은 뼈다귀는 어김없이 누런 똥개들의 몫이 됐다. 살점이라도 좀 던져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사정은 그리 녹녹치 않아 단 한 번도 실행한 적은 없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귀가하거나 또는 친구들 집에서 놀다오게 되면 언제나 꼬리를 연거푸 흔들고 또 고개를 마구 조아리며 반갑게 맞던 녀석들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녀석이 동네 어른들 손에 의해 개울가로 끌려가는 날이면 무척 속상했다.


녀석은 본능적으로 죽음이 닥쳤음을 알아차리고 끌려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그러면서 살려달라는 듯한 눈망울을 한 채 연신 나를 쳐다보곤 했다. 그럴 때면 나도 땅바닥에 주저앉아 누렁이를 죽이지 말라고 난동 아닌 난동을 부리곤 했다. 그로 인해 참 울기도 많이 울었다.


그렇게 때가 되면 사람의 먹이가 되기 위해 죽음을 당해야 하는 녀석들이건만, 그런데도 제 녀석에게 먹이를 주는 주인을 알아보고 온갖 재롱을 다 떨었음을 똑똑히 기억한다. 오늘날의 족보 있는 애완견에 비하면 하찮을지 모르는 똥개에 불과했지만 그러나 주인을 알아보는 점은 참으로 특별했다.


그런데 오늘의 정치 현장에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다른 금수도 아닌 그야말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사람 낯가죽을 하고서도 오히려 내 오래된 기억 속의 똥개만도 못한 일들이 자행되고 있다. 온갖 역겨운 냄새만 온 나라 곳곳에 진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인간이 추구하는 권력은 결국 유한하고 또 지극히 짧기만 한 것임을 속히 깨달아 알고 지금이라도 인간으로서의 본연의 양식을 회복하고 그에 따른 올바른 처신이 있기를 기대한다. 국민을 우롱하고 오도된 가치를 전가시키려는 모반과 역린의 칼춤은 당장 멈추어져야 할 것이다. 국가 권력이 잘못되면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되기 때문이다.


2005년 8월 1일


시인 정성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