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뉴스]

박호성/8·15 경축식을 독도에서!

시와 칼럼 2008. 7. 23.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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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경축식을 독도에서!


                                                 박 호 성(영국 옥스포드대 객원교수)

  마치 여가선용이라도 하듯이, 일본이 또다시 독도 문제를 야금거리고 있다. 일본 정부가 일본중학교 사회과학교과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에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 새로이 앙탈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신시대’를 선언한 양국 정상의 합의서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일본이 날카로운 어퍼컷을 치고 나선 셈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실용성 없는 외교 실용주의의 산물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 민족은 끊임없이 외세의 침탈에 시달려왔다. 따라서 특히 민족의식이 대단히 강렬할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민족 문제에 대해서는 숨막히는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오랫동안 핍박받아온 민족에게 나타나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그 후유증의 하나일지도 모르지만, 요즈음 저자거리의 서민들 사이에서는, 우리 주위의 여러 민족들과 연관지어, 이런 우스갯소리가 떠돈다. 이를테면 한국에 사는 성실한 사람은 ‘착한자식’(着韓子息), 러시아를 좋아하는 사람은 ‘호로자식’(好露子息), 미국과 친하려는 사람은 ‘미친자식’(美親子息) 등속으로 부르는 조어 놀이가 인기를 끌고 있다 는 말이다.

독일은 뼈아픈 참회의 노력을 계속하는데

  베토벤과 괴테와 칸트를 낳은 나라와 히틀러를 잉태한 나라가 다 같은 나라다. 독일은 한편으로는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고 걸출한 철학을 사랑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유태인에 대한 반인륜적인 대학살을 자행하기도 한 것이다.
  그러나 독일은 뼈아픈 참회의 노력을 끈덕지게 되풀이하고 있다.
  예컨대 베를린 거리에는 아직도, “이 광장에서 유태인은 단지 노란색 표시가 찍혀 있는 벤치만 이용할 수 있음, -1939년”이라든가, 또는 “베를린 수영장은 유태인 사용 불가” 하는 등속의, 과거의 참혹한 기억을 되새기게 만들면서, 동시에 미래를 향한 뉘우침과 다짐으로 아로새겨진 히틀러 시대의 팻말들이 기념비처럼 서있다.
  가령 폰 바이체커 전 대통령은 “과거에 눈감는 자는 현재에 대해서도 눈멀게 된다. 비인간성을 기억하려 하지 않는 자는 새로운 감염 위험에 놓이기도 쉽다”고 역설하며, 독일인의 각성을 거듭 촉구하기도 하였다. 전쟁 후 베를린에 건립된‘전쟁 반성 기념관’역시 이러한 역사 인식의 발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역사적 불감증 환자다. 아니 역사적 맹인이며 귀머거리다.
  일본인이 역사에서 배우는 것은 자신이 역사로부터 아무 것도 배우지 않는다는 사실 밖에 없는 듯하다.
  일본은 이른바 ‘유감’ 표명과 같은, 부담 없는 외교적 언사만 남발해왔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수많은 전쟁 범죄들을 축소·왜곡하면서, 오히려 ‘억울한 오해’니 ‘중상모략’이니 하는 자가당착까지 저지르는 형편이다. 그러하니 신사를 찾아가서 머리 숙여 전범들을 참배하며, 이들을 민족적 영웅으로 추앙하는 태도를 얼마나 당당한 애국적 행위라 찬양할 것인가.
  우리는 일본을 용서하되 단죄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은 사죄하되 책임져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과거 청산이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제국주의적 침략행위

  한마디로 말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은 그 자체로 대한민국 주권에 대한 명백한 도발이자, 사실상 새로운 형태의 제국주의적 침략행위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지금 제2의 민족 해방운동이 절실하다.
  나는 이러한 상황 인식에 입각하여, 다음 달 있을 광복절부터 즉시 대통령과 전 내각이 참석하는 정부의 공식적인 8-15 경축 행사를 독도에서 거행하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현 정부는 이러한 각오로 한·일 관계에 임해야 한다.


 

글쓴이 / 박호성
· 영국 Oxford대학교 객원교수
· 서강대 사회과학대 학장 겸 공공정책대학원 원장 역임
· 한겨레 신문 객원 논설위원
· 학술단체협의회 대표간사
· 미국 Berkely 대학 및 캐나다 뱅쿠버 대학(UBC) 객원교수
· 저서 :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와 전망>,<우리 시대의 상식론>,
           <21세기 한국의 시대정신>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