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태 [뉴스]

대한불교조계종 종무원 조합 원우회 시국 성명서

시와 칼럼 2008. 7. 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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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는 국민에 대한 폭력을 멈추고 쇠고기 재협상에 착수하라!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안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지 불과 100일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 보여준 오만과 독선, 무능과 실정은 국민들이 등을 돌리기에 충분했습니다. 대통령은 스스로 국민을 섬기는 머슴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목격한 것은 주인을 폭행하고, 안방을 차지한 불손한 머슴이었습니다. 세종로와 종로에서 벌어진 공권력의 무자비한 폭력은 80년 광주를 떠올릴 만큼 충격적이었습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종무원 조합 원우회 회원들은 조계사 주변에서 50일 넘게 계속된 상황을 지켜보며 양심적 종교인으로서 경악과 우려를 금할 수 없습니다. 유마거사는 '중생이 아프면 보살도 아프다'고 했고, 지장보살은 '고통 받는 지옥중생이 있는 한 성불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저희 조합원들은 보살의 서원을 되새기며 오만한 권력이 드리운 어둠을 촛불로 밝혀온 애국시민들을 지지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헌법과 민주주의를 유린하는 행위를 중단하라!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에서 촉발된 촛불시위는 밥상의 안전을 지키자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50일이 넘는 촛불집회를 거치면서 국민들이 깨달은 것은 밥상의 위기는 이명박 정부의 오만과 독선, 무능과 실정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입니다. 밥상의 안전을 지키자는 것은 소비자의 당연한 주권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을 향해 물대포와 소화기, 진압봉과 군홧발로 짓밟으며 미국을 믿으라고 강요하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할 일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슬보다 무상한 권력을 쥔 사람들이 이 나라의 주인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보수언론은 국민을 향해 헌정질서 문란을 운운하지만 권력의 뿌리인 국민을 폭행하는 정부의 처사야말로 헌법을 유린하는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정부는 말로만 섬기겠다고 하지 말고 진정으로 충직한 머슴이 될 것을 촉구합니다.

밥상에 좌우 없다. 분열획책 중단하고 재협상을 실시하라!

가족에게 안전한 밥상을 차려주겠다는 것이 촛불에 담긴 국민들의 소박한 바램입니다. 그러나 정부와 보수언론은 국민들을 향해 빨갱이 운운하며 시대착오적인 이념공세를 퍼붓고 있습니다. 심지어 종교인들의 믿음마저 좌와 우로 분리하고, 부처님과 하나님마저 진보와 보수로 나누는 천박함과 종교적 믿음에 대한 불경을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밥상에 좌우가 있을 수 없으며, 생명에 진보와 보수가 있을 수 없습니다. 사람에게 먹는 것만큼 중요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없습니다. 안전한 밥상에 대한 염원은 생명을 가진 존재의 본능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정부가 국민들의 바람을 외면한 채 분열을 획책하고, 갈등을 조장한다면 스스로 고립되는 결과를 자초할 것입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굴욕적인 쇠고기 협상을 철회하고 당당한 주권국가의 대통령으로서 국민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재협상을 실시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의 무능과 실정을 국민에게 전가하지 말라!

이명박 정부는 경제를 살리겠다면 소위 747이라는 장밋빛 환상으로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거짓으로 밝혀지는 데는 채 100일도 걸리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정부가 보여준 것은 무능과 실정으로 인한 물가상승과 서민경제의 파탄, 굴욕적 외교와 국제적 망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의 무능과 실정을 반성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책임을 촛불을 든 국민에게 전가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농사지어 부자 되게 해주겠다고 큰소리치던 머슴이 무능으로 농사를 망쳐놓고 주인을 탓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이명박 정부는 자신들의 무능으로 자초한 허물을 반성하고 지금이라도 국민을 주인처럼 섬기는 정부가 될 것을 촉구합니다.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고 구속자와 연행자를 전원 석방하라!

이명박 정부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박탈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틀어막으려 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대화와 소통이 있는 광장에 있는 것이지 컨테이너 박스로 둘러쳐진 철옹성에 숨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정부는 경찰력을 동원하여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반민주적 행위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합니다.

나아가 수많은 연행자와 구속자를 석방해야 합니다. 민주주의를 향한 국민들의 열정과 헌신이 이 땅에 민주의 꽃을 피웠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투표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광장으로 나선 국민들의 열정과 희생으로 인해 가능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진정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고자 한다면 연행자와 구속자를 전원 석방하고, 광우병대책위에 대한 부당한 탄압과 사전구속영장을 철회할 것을 촉구합니다.

진실을 왜곡하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로막는 보수언론은 각성하라!

오늘날은 접속의 시대로 대변되는 소통과 열림의 시대입니다. 그러나 정권과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몇몇 보수언론들은 국민을 폭도로 매도하고, 좌우갈등으로 몰아가는 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은 거미줄 같은 정보망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거대 언론의 왜곡선전에 맞설 만큼 당당하고 슬기로운 지혜를 가졌습니다. 그러므로 조중동으로 대변되는 보수언론은 촛불을 폭도로 매도하고, 이념갈등으로 몰아가는 행태를 즉각 중지하고 국민을 위한 정직한 언론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공직을 이용한 종교편향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고소영으로 대변되는 학연과 지연, 특정 종교에 편향적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불자들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재직시절 보여줬던 편향된 종교관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그는 서울시를 하나님께 봉헌하였고,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된 청계천 복원이 하나님의 역사라고 했으며, 사찰이 무너지라고 기도한 바 있습니다.

대통령과 공직자는 이념과 종교를 떠나 불편부당한 자세로 국정에 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부는 제정일치 사회를 방불케 하는 종교편향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공적 집무실인 청와대에서 예배를 보는 것은 물론, 청와대의 경호차장이 모든 정부부처를 복음화 하는 것이 꿈이라고 말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야할 경찰총수는 경찰복음화에 발 벗고 나서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을 화해시키고, 평화와 공존을 지향해야할 공직자의 모습이 아니라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갈등과 분열로 몰고 가는 위험한 처사입니다. 정부는 독선적 종교관을 버리고, 공평무사하게 국정에 임할 것을 촉구합니다.

2008년 7월4일 대한불교조계종 종무원 조합 원우회